캐논도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의 특징과 장단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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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최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 'EOS R'이 국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오전,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한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에서 EOS R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EOS R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소식을 뉴스로 전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 접해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였던 만큼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 캐논 EOS R 시스템, 화질을 최우선

캐논 EOS R 시스템의 핵심은 EF 시스템의 마운트 구경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미러 박스를 제거할 수 있는 미러리스라는 구조적인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운트 크기는 54mm로 EF와 동일하지만 미러가 들어갔던 공간을 들어내면서 렌즈와 센서 사이 거리를 크게 단축했다. 플랜지백(캐논은 백 포커스라 부른다)으로 불리는 이 거리는 EOS R이 20mm고 EF 시스템이 44mm다.

이런 변화 덕분에 EOS R 시스템은 같은 화각이라도 전체 길이를 더 작게 만들 수 있게 됐고 짧아진 플랜지백 덕분에 더 밝은(조리개 개방 수치가 낮은) 렌즈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EOS R에 맞춰 개발된 RF 렌즈들은 같은 화각대의 EF 렌즈 보다 크기가 작은 것으로 발표 됐고 RF 28-70 f/2.0 L USM 같이 기존 EF 시스템으로는 실현한 적 없는 렌즈가 개발되기도 했다. 

 

■ 새로운 통신 시스템, 12핀 접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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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렌즈에는 8개의 접점을 사용하는 통신 시스템이 적용되어 왔다. 그리고 이 통신 시스템은 1987년 EF 마운트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업그레이드 된 적 없이 그대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렌즈 구동에 필요한 기본 정보로만 사용될 뿐 기능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캐논은 EOS R 시스템을 개발하며 이 문제에도 칼을 댔다.

캐논은 바디와 렌즈의 통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12개의 접점을 사용한 시스템을 채택했다.

8개 접점 방식은 그대로 두고 4개의 접점을 추가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기존 EF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유지하면서도 통신량을 늘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변화를 적극 활용해 만들어진 컨트롤링은 바디에서만 조작하던 몇몇 기능을 렌즈를 파지한 상태에서도 조작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뷰파인더 촬영 시 눈을 떼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추가된 접점은 컨트롤링 뿐만 아니라 화질 개선에도 활용된다. 렌즈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수차나 왜곡, 비네팅 같은 다양한 문제들까지 바디와 정보를 주고 받아 종전 보다 훨씬 나은 화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비네팅이나 수차 같은 보정은 이미 EF 시스템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EF 시스템 보다 렌즈와 바디의 통신량이 증가함에 따라 화각대 별로 보다 미세한 조정이 가능해 졌다고 ë³´ë©´ 될 듯 하다. 

 

■ 듀얼 픽셀 3030만 화소, 최선인가?

캐논이 EOS R에 채택한 이미지 센서는 3030만 화소의 듀얼 픽셀 CMOS 센서다. 이 센서는 화소 전체에서 위상차 AF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추적 AF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자체만 보면 이미 DSLR과 EOS M 같은 미러리스로도 검증이 끝날 기술이다.

그래서 EOS R 카메라의 AF나 추적 성능은 캐논이 주장한 그대로 일 가능성이 높다. 0.05초 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AF 속도도 캐논의 주장 그대로라 생각한다.

하지만, 3030만 화소가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화소가 곧 화질이라고 생각한다면야 3030만 화소는 당연한 선택이다. 캐논을 제외한 경쟁 사 모두 2400만 화소 수준에서 센서를 결정했으니 말이다. 화소가 높아지면 그 만큼 더 큰 크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고 해상력도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센서 크기가 정해진 상태에서 화소가 증가하면 픽셀 당 받을 수 있는 광량이 줄고 질감은 거칠어 지며 고감도 노이즈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3030만 화소가 화질을 위한 최선의 선택였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상용 감도 범위도 ISO 51200까지 지원하는 경쟁 제품과 달리 ISO 40000이 한계라서 화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 그나마 개선된 동영상 촬영

캐논은 동영상 촬영에 인색한 편이다. DSLR로 영상을 촬영하는 vDSLR 시장이 성장하며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메이커지만 캠코더와 방송 장비 시장에 진출한 탓에 DSLR의 동영상 촬영에 최신 기술은 제공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출시된 EOS R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DCI 4K 촬영만 제외하면 EOS 5D Mark IV에서 조금 나아간 정도라 보면 된다. 4K 30P 촬영이 한계인 것도 그대로다.

대신, Motion JPEG를 사용했던 5D Mark IV와 달리 영상 압축 포맷으로 MP4/H.264|AVC를 사용해 보다 다양한 시스템에서 영상 재생을 가능하게 했다. 캐논 로그도 추가됐다. 메모리 저장시 8비트, HDMI 출력시 10비트를 지원하며 이를 통해 후작업 시 더 넓은 계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변화로 기존 DSLR 보다 나은 촬영 조건이 제시되긴 했지만 4K 60p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은 반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HLG를 도입한 소니 처럼 PQ 같은 HDR 감마를 수용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너무 큰 기대였던 것 같다. 

 

■ 뷰파인더 중심의 조작계

캐논 EOS R의 조작계는 DSLR과 차이가 있다. 우측 상단에 촬영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도 있고 그립 디자인도 DSLR과 큰 차이가 없지만 버튼 배치가 다르다.

중급기 이상의 DSLR에 적용되는 퀵 컨트롤 다이얼도 없다. 스위치 형태의 전원 컨트롤도 다이얼 형태로 바꼈고 왼쪽에 위치했던 우측으로 옮겨졌다. 이 때문에 촬영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크기도 절반 이하로 작아졌다.

전반적인 배치를 보면 미러리스에 맞는 최적의 조작 방식을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다.

하지만, 캐논이 설명한 내용을 보면 미러리스가 아닌 DSLR 방식을 추구했다는 게 분명해 진다. 거의 모든 설명에서 뷰파인더가 강조 됐고 뷰파인더에 모든 정보가 표시된다고도 소개됐다.

미러로 상을 반사시킨 DSLR에선 있을 수 없는 조건들이라서 강조하려 했다는 건 알겠지만 기존 DSLR에는 M-Fn 버튼까지 뷰파인더 중심으로 사용 방법이 소개된 걸 보면 EOS R의 조작계가 어디에 맞춰졌는가는 분명해 진다.

DSLR에 익숙한 사용자들이라면 이런 조작계가 편할 수도 있겠지만 뷰파인더를 거의 보지 않는 대다수 미러리스 사용자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 SD카드 고집하는 캐논, 다행이다..

니콘은 고속 연사에 적합한 저장매체로 XQD 카드를 선택했다. SD카드와 병행했던 다른 메이커와 다르게 오직 XQD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는데 다행히 캐논은 SD카드를 선택했다.

캐논 EOS R은 UHS-I/II 기준의 모든 SD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버퍼도 충분한지 SD카드 규격에 관계 없이 8 fps로 연속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한번에 촬영할 수 있는 최대 매수는 UHS-II SD카드가 더 많지만(RAW, RAW+JPEG 모드만) JPEG로 찍는 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 동영상 촬영에서는 4K 30p ALL-I 모드를 위해 480 Mbps 이상의 UHS-II SD카드가 필요하다. ALL-I가 아닌 IPB 모드에선 UHS-i Class3 이상의 SD카드만 있어도 4K 30p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 캐논 EOS R, 바디는 참 매력적인데..

캐논 EOS R의 첫 인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가볍고 작은 미러리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목이 아플 정도로 묵직한 카메라도 아니었다. 적당한 무게감에 그립감도 좋고 마치 DSLR을 잡고 있듯 안정감도 괜찮았다.

잠깐 만져본 것 뿐이라서 EOS R의 본질까지 완전히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DSLR 사용자로써 미러리스에 대한 부러움을 모두 해소하기 충분한 제품이라 생각 된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렌즈다. 더 나은 광학 성능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때문인지 캐논은 중저가 렌즈군은 아예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로드맵에 표기한 미래의 렌즈들도 f2.8 고정에 L 렌즈들 뿐이라서 EF 렌즈 군 같은 다양성은 제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두 번째도 렌즈다. 캐논은 EOS R 시스템으로 광학 성능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발표된 RF 렌즈들은 F2.0이라는 조리개 수치로 표준 줌 렌즈를 가능하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펙상의 조리개 수치 말고 실제 해상력이나 콘트라스트를 대변하는 MTF 차트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주변부로 갈수록 하락하는 그래프는 EF 렌즈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은 배터리 시간이다. EOS R 사양을 보면 배터리로 촬영 가능한 매수가 약 350매로 나온다. 이는 같은 배터리로 850매까지 촬영 가능한 5D Mark IV의 절반도 안 되는 매수다. 광학식 뷰파인더에 의존하는 만큼 디스플레이나 이미지 센서로 소모되는 전력이 적은 DSLR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50매는 너무 적다.

참고로,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촬영 매수 문제는 니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