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니 17인치 LCD 모니터 - HS73

소니의 신화: LCD 모니터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소니(Sony)는 일본의 가전제품의 대명사이다. 특히, Audio와 Video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지난 수십년간 왕좌를 지켰다. 휴대용 음향기기, 고급 TV제품에 이어 몇 해 전부터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 영화사를 사들이는가 하면 Playstation이라는 비디오 게임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한편, PC분야에서도 데스크탑보다도 멋들어진 디자인의 VAIO 노트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소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 문구가 바로 'It's a SONY'라는 소니 TV에 붙여져 있던 스티커이다. 'SONY. It's different.'라는 TV광고도 잘 기억된다. 소니 TV에 대한 이러한 광고는 정말 단순한 광고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는 10여년 전 20인치 소니 TV를 장만해서 한 번 본 이후로는 다른 TV의 화질에 거의 만족하지 못했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소니 TV의 특징은 트리니트론(Trinitron)이라는 독특한 고유의 CRT에 의한 것이었다. 지면 관계상 트리니트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겠지만 독특한 구조의 전자총과 어퍼쳐그릴(Aperture Grill)의 채용으로 보다 밝고, 화사한 색감을 구현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모니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니의 컬러 CRT 모니터는 Trinitron 시절은 물론 FD Trinitron으로 발전된 이후에도 항상 '전문가용' 혹은 '고급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적지 않은 리뷰/벤치마킹 사이트들이 특히 '컬러'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소니 모니터를 평가의 기준(Reference Monitor)으로 활용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TV 뿐 아니라 모니터 등의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소니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니는 이러한 CRT에서의 성공에 자만하여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개발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LCD와 PDP로 대변되는 FPD(Flat Panel Display) 시대가 도래하자 소니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소니도 LCD를 만들기는 한다. 그것도 고온 폴리-실리콘 TFT-LCD와 같이 상당히 앞선 모듈을 개발해서 자사 제품에 적용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LCD들은 프로젝터나 프로젝션 TV에 사용되는 소형이고, 중대형 모니터나 벽걸이 TV에 사용될 수 있는 대형 LCD는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존심을 꺽고 TV와 모니터에 사용될 PDP와 LCD 패널을 (어떻게 보면 경쟁사이기도 하고, 한 수 아래라고 보고 있는) LG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것 같다. (5월 2일자 전자신문 기사 참조)

소니는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최근 17 ~ 19인치 CRT 모니터의 생산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LCD 모니터의 라인업도 강화했지만, 예전과 같은 고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광고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LCD 모니터 가격의 70 ~ 80%를 차지하는 패널을 다른 회사로부터 구입해 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십년간 디스플레이 기술이 축적되어 회로기술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다른 회사의 기술에 거의 90% 이상을 의존해야 하는 소니의 LCD 모니터가 가진 경쟁력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최소한 LCD 모니터와 TV 분야에서는 이제 소니도 에이조와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아직 에이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에이조는 처음부터 남의 CRT나 LCD를 쓰고 회로개발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응용기술 면에서는 더 앞서 있으며, 기존의 소니 CRT 모니터 광고에서도 회로에 대한 기술력은 거의 대부분 CRT에 대한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LCD 모니터 시장에서 소니는 '디자인과 브랜드' 밖에는 크게 강조할 세일즈 포인트가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HS73에 대한 간략한 소개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소니가 만들면 뭔가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리뷰하는 HS73은 소니가 한국에 처음 선 보이는 LCD 모니터들 중에서 가정용 혹은 보급형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 뿐 아니라 S 시리즈가 그런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그래프(소니 홈페이지에서 퍼옴)는 제품군별 포지셔닝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HS73은 먼저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미려한 디자인은 소니가 LCD 모니터 분야에서도 VAIO와 같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주요 스펙을 살펴 보면 휘도 250cd/㎡ , 명암비 500:1 , 시야각 160도(수평)/140도(수직), 응답속도 20ms(5+15ms)로 꽤 높은 사양을 자랑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스펙같지 않은가? 리뷰의 뒤쪽으로 가면 의문이 풀리실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밝힐 것은 소니는 회사의 정책(?)상 패널 제조사를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모니터포유 홈페이지의 스펙에도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제조사에서 밝혀 주지 않으면 제품마다 일일이 뜯어서 확인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알고 싶지는 않다. 그럴 시간과 돈도 없고. 소니는 삼성, LG, AUO 등의 패널을 혼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히 말해서 혼용이라기 보다는 이 모델에는 삼성 패널, 저 모델에는 LG패널, 어떤 모델에는 대만 패널... 이런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의 트리니트론 환상에 빠져 있는 소니가 패널 제조사를 밝히고 싶을 리 없을 것이다. 오히려 '패널은 중요하지 않다. 소니의 트리니트론 기술은 LCD 모니터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뭔가 틀리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리뷰에서 본격적으로 검증해 보기로 하고, 우선 디자인과 기능부터 살펴 보자.

※ 뱀다리: 요즘은 200원 짜리 라면 하나를 사더라도 성분과 투입된 용량을 밝혀야 한다. 하물며 수십, 수백만원 하는 LCD 모니터를 사는데 원가의 70~80%를 차지하는 LCD 패널이 어느 회사의 제품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소비자가 알 권리는 없는 것일까? 소비자는 '왕'인가 '봉'인가? 일본에서는 라면 팔 때 '밀가루는 중요하지 않다. 쇼트닝도 중요하지 않다. 콩기름을 넣었는지 공업용 소기름이 들어갔는지 알아서 뭐할 거냐? 어쨌든 우리 라면 국물맛이 최고다!'와 같은 말이 통하는가 보다.

 

HS73의 포장 및 액세서리

요즘 나오는 17인치 LCD 모니터 박스 치고는 좀 크고 묵직해 보인다. 누런 무지 박스에 청색 계열로 밑그림을 준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Gray 톤으로 인쇄된 HS73의 모습은 범상치 않다. 아마도 모니터의 밑부분이 역 돔(Dome)형으로 들려져 있어 박스도 덩달아 좀 커진게 아닌가 싶다. 악세사리 박스도 매우 간결하다. 파워케이블, D-Sub 케이블, 매뉴얼(책자), 매뉴얼 CD, 보증서 등이 전부다.

 

HS73의 디자인, 부가기능, 연결단자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 책상 위에 딱 올려 놓은 순간 '어! 이거 강화유리가 장착된건가?'라고 잠시 혼동했다. 검은 색 베젤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을 덧대어 놓았기 때문에 마치 전 화면에 걸쳐 강화유리가 있는 것처럼 착각될 수도 있다. 진열대 위에 올려 놓았을 때는 보기 좋을지 모르겠으나 모니터로 사용할 때는 이와 같은 디자인은 절대 권장하고 싶지 않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모니터의 컬러가 Black일 경우 TCO99 이후의 인증은 받을 수 없다. Black으로 만들기 위해 뿌려지는 스프레이에 환경에 좋지 않는 염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요소 뿐 아니라 인체공학적 요소로 Black이나 기타 짙은 계열의 색상이 모니터 베젤에 적용되는 것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짙은 베젤 색상이 모니터의 화면을 더욱 밝아 보이게 함(색의 대비 원리)으로써 눈부심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Black 컬러의 모니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에이조 L565 같이 베젤 폭이 좁은 경우이다. HS73같이 베젤 폭이 넓으면 모니터의 화면이 실제 이상으로 밝아 보여 눈이 피로해 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베젤에 덧대어진 투명 플라스틱이다. 2년 전에 나왔던 하스퍼의 15인치 블랙 모니터를 연상시키는데 외부광선을 대량으로 반사시키기 때문에 역시 눈에 피로함을 가중시킨다. PC방과 같이 LCD 패널에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강화유리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HS73의 경우 강화유리는 아니지만 Black으로 칠해진 넓은 베젤 위에 투명 플라스틱이 얹어짐으로써 적지 않은 외광 반사가 발생한다. 겉모습에만 치중하여 인체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정면에서 봤을 때나 측면 혹은 뒷면에서 봤을 때나 전체적인 디자인 감각은 상당히 훌륭하다. Black과 Siver의 투톤 컬러가 잘 조화되고 있고, 모니터의 하단부를 변형시켜 스탠드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좋다.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베젤폭이 넓은 데도 불구하고 Black으로 칠하고, 한 술 더 떠서 투명판까지 대어 거울같이 만들어 버린 점은 치명적이다. 이렇게 하지만 않았으면 완벽한 디자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의 사진들은 HS73의 각 부위를 좀더 자세하게 촬영한 것이다. 좌측 상단의 사진에서 보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모습이 베젤에 그대로 반사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래의 사진은 이 모니터의 뒷면 덮개를 열어 놓은 상태이다. 나머지는 독특한 모양을 한 스탠드를 촬영한 것이다.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HS73의 뒷면 덮개를 열어 보았더니 중앙부에 붙여진 레이블이 눈에 띈다. 중국어로 되어 있는데 생산(공)장이 '남경LG동창채색현시계통유한책임공사'라고 되어 있다. 중국 난징에 있는 LG전자 LCD모니터 계열 주식회사라는 뜻인 것 같음.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5월 2일자 전자신문 기사를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지만, HS73은 LG전자 중국공장에서 OEM으로 생산해서 소니에 공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패널도 LG필립스LCD 패널일 것으로 보이는데 응답속도를 16ms가 아닌 20ms로 해 놓은 것을 보면 AUO 패널도 혼용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원산지(産地) 아래에 쓰여져 있는 내용은 '이 제품은 고압부품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AS기사 이외에는 절대로 덮개를 열지 마십시오.'라고 되어 있다. LCD 모니터의 뒷면 캐비넷을 분해하지 말라는 뜻인데... 이 제품이 아답터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사진은 HS73의 뒷면 커버를 벗기고 나면 (우측 하단부쪽에) 보이는 단자함이다. 아답터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220볼트 전원과 아날로그 D-Sub 단자만 꽂아 주면 모니터를 사용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모니터 드라이버를 잡아 주고 하는 과정도 필요가 없다. 자동인식되도록 했는지 매뉴얼 CD에도 드라이버 파일(inf)이 없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icm 프로파일도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도 않고 특히 윈도우에서는 몇몇 응용프로그램에만 적용되기는 하지만 icm 프로파일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MS의 호환성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텐데...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 다음 장에서는 OSD 조정기능과 매뉴얼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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