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해상력과 공간감, AMT 헤드폰의 또 다른 선택 Goldplanar GL850

일반적으로 더 좋은 소리는 소재가 결정한다. 다이나믹 드라이버라는 구조 하에선 소재와 코팅 기술의 차이가 더 좋은 소리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 된다.

몇 년 전 클라우드 펀딩으로 주목 받은 ORA의 그래핀 드라이버도 그런 방향성을 실현한 것인데 여기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아닌 전혀 다른 구조로 더 좋은 소리를 실현한 헤드폰이 있다.

스피커 시장에서는 꽤 오래된 기술이지만 헤드폰 같이 소형화 된 리시버로는 다소 생소한 AMT(Air Motion Transformer)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ê·¸ 중에서도 중국 브랜드, GOLDPLANAR사의 GL850이라는 제품인데 AMT 헤드폰의 원조(?)격인 HEDDphone 만큼이나 잘 알려진 제품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AMT의 장점들을 경험할 수 있어 이번 기사를 준비해 봤다. 

 

■ 주름 접힌 드라이버, 구조가 다른 AMT

GOLDPLANAR사의 GL850을 소개하기에 앞서 AMT(Air Motion Transformer)가 무엇인지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AMT는 일반적인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다르게 긴 직사각형으로 만든 필름 기반 진동판을 일정 간격으로 여러 번 접은 것을 말한다. 이 진동판에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알루미늄 박을 입혀 놨기 때문에 접힌 부분마다 전기가 흐를 수 있고 마주 보는 방향 마다 흐르는 방향이 다르게 되어 있어 집힌 부분을 양쪽으로 밀어내거나 오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형태로 진동을 하며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이나믹 드라이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소재가 비슷한 평판형 드라이버 보다 동일한 크기에서 더 많은 면적을 진동에 활용할 수 있다.

접힌 형태의 주름진 구조 덕분에 드라이버의 움직임 자체도 평판형 드라이버 보다 빠르고 다이나믹 드라이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왜곡이나 에너지 면에서도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뛰어난 해상력을 인정 받아 하이파이 스피커 시장에선 오랜 기간 중고음을 커버하는 유닛으로 많이 활용됐고 지금도 HEDD나 ADAM 같은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들이 AMT를 기반으로 한 스피커들을 출시하고 있다.

헤드폰으로는 AMT에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결합한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AMT 하나만으로 풀레인지를 커버한 제품은 HEDD사의 HEDDphone가 최초 였으며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중국의 GOLDPLANAR에서도 AMT를 사용한 풀레인지 헤드폰, GL850을 출시했다.

참고로, AMT는 1960년대 말 발명하고 1974년에 특허 받은 기술이라서 특허권은 이미 종료됐다. 지금이라도 AMT를 헤드폰에 활용하자면 특허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고음에 특화된 AMT 특성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다고 한다.

HEDD사는 이 문제를 주름 간 높이를 다르게 하는 VVT(Variable Velocity Transform) 기술로 해결해 10Hz~40kHz에 이르는 완벽한 풀레인지 헤드폰으로 탄생시켰다고 홍보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GOLDPLANAR도 DDSB라는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HEDDphoneê³¼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재현해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거부감을 최소화 한 GOLDPLANAR GL850

AMT는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다르다. 구조가 전혀 다른 드라이버지만 이를 헤드폰으로 만들어 내는 건 다르지 않다. 크기가 조금 더 커질 수는 있어도 우리가 흔히 아는 헤드폰 형태로 만드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AMT가 먼저 채택된 HEDD사의 HEDDphone은 조금 부담스럽게 만들어 졌다. AMT의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구조로 알려졌으나 너무 크고 두껍다. 쓰고 있으면 프랑켄슈타인이 연상될 정도다. 

그에 비해 GOLDPLANAR GL850는 평범한 헤드폰 형태로 제작됐다. 생김새 자체는 일반적인 평판형 헤드폰과 다를 바 없고 이어 패드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도 않다. 밀폐형이 아닌 오픈형으로 설계되어 AMT 드라이버가 그릴망 사이로 보일 뿐 딱히 특별한 디자인은 아니다.

덕분에 디자인적인 거부감이 전혀 없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쓰고 다닐 정도로 소형화 되고 가볍다는 말은 아니다.

GOLDPLANAR GL850의 무게는 무겁다. 스펙에는 표기된 것이 없지만 저울로 측정했더니 헤드폰 무게만 624g으로 나왔다. 통상적으로 400g만 넘어가면 무겁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결코 만만히 볼 제품은 아니다.

다만, 같은 AMT 헤드폰인 HEDDphone이 718g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일반 헤드폰으로는 무겁지만 AMT 헤드폰 중에서는 그래도 가벼운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624g이라는 무게와 달리 착용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장시간 착용시 목에 부담은 되지만 정수리가 아프다거나 귀를 너무 압박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헤드 밴드 길이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서 두상이 좀 큰 사람들이 착용해도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무게만 좀 견딜 수 있으면 착용감 만큼은 최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GOLDPLANAR GL850는 밸런스드 연결이 기본이다. 번들로 제공되는 케이블도 4핀 XLR 커넥터로 만들어 졌고 유닉 좌우에 연결되는 단자도 미니 XLR 4핀 단자로 만들어 졌다.

싱글 앤드인 6.3mm 헤드폰 단자는 함께 제공되는 변환 케이블을 연결하면 사용이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싱글 앤드 보나는 밸런스드 연결이 해상력이나 음질 면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어 4핀 XLR 커넥터로 앰프에 직결하는 것이 좋다.

케이블 소재는 6N OCC 은도금 동선을 8가닥 연결해 만들었다. 선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기본 케이블 치고는 품질이 꽤 좋아 보인다. 단자 자체가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GOLDPLANAR GL850에 최적화된 선재를 사용한 것 같다.

참고로, GOLDPLANAR는 번들로 제공하는 케이블만 999위안, 우리 돈 17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 소리가 다르다, 평판형을 넘어선 해상력과 공간감

GOLDPLANAR GL850의 소리는 해상력 끝판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악기와 보컬이 매우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묻히는 것도 아니고 보컬을 중심에 두고 모든 소리가 감싸안은 듯한 소리가 난다.

다이나믹 드라이버에서 평판형으로 넘어갈때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되며 놀랬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소리를 굳이 애써 찾을 필요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들려지고 그 위치 또한 아주 쉽게 구분이 된다.

공간감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인가!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잘 구분되면서 전혀 거부감 없이 공간을 채워 준다.

이러한 차이는 월등한 해상력을 실현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 되는데 해상력이 높아지면 걱정 되는 치찰음도 거의 느끼지 못해 보컬의 질감이나 선명함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AMT의 약점이자 헤드폰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했던 저음 부분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다이나믹 드라이버 특유의 바닥부터 끌어 올린 듯한 동굴 소리 같은 저음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 딥 베이스만 제외하면 밸런스 있는 소리를 즐기기에 충분한 저음을 확보하고 있다.

강한 타격감도 상당히 좋고 그로 인한 잔향도 충분히 배어 나왔다. 국내 음원을 기준으로 예를 들면 가호(Gaho)의 Going on을 듣기에 GOLDPLANAR GL850의 저음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극저음이 다소 아쉬웠던 곡은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으로, 중국 가수 조붕(Zhao Peng)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이 대표적인데 극저음의 깊이감은 아쉽지만 약간 담백하게 듣기에 충분했다.

GOLDPLANAR GL850의 해상력과 공간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상당히 많지만 가장 최근 발매된 에일리의 봄꽃도 ê·¸ 중 하나다. 

 

■ 길들이기가 중요한 GOLDPLANAR GL850

GOLDPLANAR GL850을 처음 받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해상력은 좋은 거 같은데 소리가 섞이지 않고 따로 놀았다. 처음에는 저음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듣다 보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한 이틀 고민하다 내치려고 했다. 하지만 120 시간 이상 길들여야 한다는 GOLDPLANAR 설명에 따라 무작정 아무 노래나 틀어 놨다. 연속해서 120시간을 틀어 놓진 못했지만 이삼일 정도 꽤 긴 시간이 흐르자 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최소 200 시간 이상 사용한 듯 한데 한때 사라지는 듯했던 저음도 많이 올라왔고 찌를듯한 고음도 많이 다듬어졌다. 해상력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소리들이 따로 놀던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마치 조미료를 뿌려 놓은 듯 소리들이 제 위치를 찾아가는 듯 했다.

길들이기, 즉 에이징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GOLDPLANAR GL850을 구매한다면 이 과정은 필수일 것 같다. 진동판 자체가 아코디언 같은 주름진 구조니 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길들이기가 끝나면 GOLDPLANAR GL850의 출력도 좀 달라진다. 제조사 권장 사양으로는 3W 앰프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지만 필자가 사용하는 LG V60의 외부 음향기기 모드로도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했다.

충분한 출력이 받쳐주는 거치형이나 포터블 앰프 만큼은 아니어도 한 95% 이상 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 되는데 기사를 작성하는 지금도 거치나 포터블 앰프가 아닌 LG V60으로 듣고 있다. 4W 이상의 출력을 제공하는 거치형 밸런스드 앰프에서만 썼던 터라 앰프 출력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이 정도면 웬만한 DAP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추가로, GOLDPLANAR GL850에는 이어 패드가 2가지 있다. 기본으로 부착된 가죽 패드는 상대적으로 두께가 살짝 얇은 편이라 공간감은 좀 좁혀지지만 밀도감이 상당히 높고 별도로 제공되는 패브릭 소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패드는 훨씬 넓은 공간감을 재현하면서 부담도 훨씬 적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패드를 선호한다.

 

■ 평판형을 넘어선 해상력과 공간감, GOLDPLANAR GL850

GOLDPLANAR GL850은 AMT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하이엔드 평판형 헤드폰이나 다이나믹 헤드폰과는 급이 다른 해상력과 그 해상력을 바탕으로 넓은 공간을 꽉 채워주는 소리를 경험하게 한다.

모든 소리가 명확하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제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소리다. 약간 분석적인 소리라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흥이 없는 전혀 건조한 소리도 아니다.

하지만, 앰프 성향에 따라 그 차이가 많이 달라지기에 무미 건조한 앰프나 DAC과의 매칭 보다는 음악적으로 더 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기기들과 연결하는 게 좋을 듯 싶다.

해상력과 공간감이라는 AMT 드라이버만의 주요 특징은 어느 앰프에서나 존재감을 잃지 않지만 음악적인 성향은 소스 기기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탓에 매칭에 따하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HEDDphone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AMT 드라이버의 월등한 해상력과 공간감을 경험하고 픈 이들에게 GOLDPLANAR GL850을 추천하고자 한다. 624g이라는 무게가 부담스럽겠지만 그래도 718g 보다는 가벼우니 부담도 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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