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살아 있다, 낫싱의 무선 이어폰 '이어 스틱'

무선 이어폰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는 과거 만큼 높지가 않다. 모든 것을 자체 개발했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파트의 거의 모든 것을 플래폼 형태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무선 이어폰 시장이다.

개별 디자인에 맞춘 안테나 구조나 회로 디자인, 최적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핵심 기술 상당수는 쉽게 가져다 쓰고 원하는 조합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통적인 아날로그 강자들이 무선 오디오 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시장의 플레이어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자금과 기술력이 풍부하지 않아도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변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이다. 그들은 지난 여름 출시한 스마트폰 '폰 (1)'에 이어 새로운 무선 이어폰 '이어 (스틱)'을 출시 했는데 지금부터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와 제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 디자인과 착용감, 그 뿐인가?

낫싱이 주목 받은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에 있다.

그들의 첫 번째 스마트폰인 폰 (1)도 내부가 다 보이는 투명 디자인에 조명을 더한 Glyph 인터페이스로 독창성을 인정 받은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어 스틱도 립스틱이라는 독특한 디지안 컨셉과 투명 이어버드 디자인으로 출시 전 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이어 스틱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도 IT나 가전 행사가 아닌 디자이너 쳇 로의 2023년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 쇼 였으니 그들이 시각적인 부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본질은 디자인이 아니다. 무선 이어폰은 소리가 본질이고 이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어 스틱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는데 예상과 달리 낫싱은 이어 스틱을 디자인이 아닌 기술과 소리로 소개했다.

시각이 아닌 편안한 디자인을 이야기 했고 생생한 사운드와 선명한 음성을 이야기했다.

립스틱 형상의 독특한 충전 케이스와 무선 이어폰 자체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강조할 부분이 많았지만 그런 설명 없이 제품 소개의 시작과 끝을 기술로 채워 넣은 것이다. 어차피 디자인은 자신 있으니 강조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예상 외의 출시였고 제품 소개였다. 

낫싱이 소개한 디자인 요소는 시각이 아닌 착용감에 관한 것이었다. 이어 스틱을 인이어가 아닌 하프 인이어로 개발한 것도 착용감, 즉 편안함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1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의 귀에 테스트하고 100회 이상의 디자인 수정을 거쳐 완성해 냈다고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이어 스틱의 실제 착용감은 편하면서도 불안했다.

어차피 이어 스틱 같은 하프 인이어 디자인은 귓속에 이어 팁이 삽입되지 않고 걸쳐 있는 형태라서 아무리 인체공학적인 설계라도 처음 사용하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노캔 기능이 필요 없고 외이도염 걱정 없이 편한 착용감을 원한다면 하프 인이어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도 애플도 일반 모델에 이 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그래도 100회 이상의 디자인 수정을 거쳐가며 완성해낸 디자인 덕분인지 쉽게 빠지거나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며 무게감도 거의 없어 편의성 만큼은 인정할만 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제자리에서 여러 번 뛰어도 빠지는 일은 없었다.

빠르고 격한 움직임이나 몸싸움이 존재하는 스포츠만 아니라면 상시 착용도 가능할 것 같다. 이어폰 자체도 가벼운 데다 이압도 없으니 말이다. 

 

■ 생생한 사운드, 풍부한 공간감

낫싱은 이어 스틱의 소리를 생생한 사운드로 정의했다. 생생함의 의미는 살아 있는 소리라는데 흔하게 봐 왔던 문구라서 큰 기대는 하지 못할 것이다. 필자도 그저 흔한 홍보 문구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수십, 수백 만원이 넘어가의 하이파이 헤드폰 처럼 공간은 느껴지지만 막혀 있지 않으며 마치 그 현장에 들어가 있는 그런 느낌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작은 무선 이어폰으로 그런 소리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근데 그런 소리가 났다. 이어 스틱의 소리는 살아 있는 소리였다.

앞서 말했듯이 공간은 열려있었으며 모든 소리가 막힘 없이 뻗어나왔다. 이런 특성 덕분인지 현의 울림도 인상적이었다. 울림 자체가 공간을 다 메워주고 뻗어나가다 보니 피아노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클래식을 듣기에도 너무 괜찮았다.   

물론, 하프 인이어의 단점인 깊고 풍부한 극저음에 대한 아쉬움을 극복한 것은 아니라서 이런 소리에 민감하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그래도 Bass Lock이라는 기술 덕분에 평균적인 타격감은 보장되니 그 어떤 장르에 부족함 없이 생생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전반적인 톤 밸런스는 플랫 보다는 살짝 고역이 강조된 느낌이지만 극저역을 제외하면 거의 균형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보컬 영역의 고역이 너무 쏘거나 마스킹된 느낌도 없어 사운드 튜닝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최근 3D 오디오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많은데 솔직히, 그런 기술들로 경험하는 소리의 만족도는 매우 실망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소리에 기대하느니 낫싱의 이어 스틱 처럼 기본기 자체가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

 

■ SBC와 AAC, 그걸로 충분할까?

이어 스틱의 톤 밸런스와 공간감, 생생함은 매우 만족스럽다. 가장 완성도가 높고 올라운더이며 처음 듣자마자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무선 이어폰이다.

하지만, 이어 스틱은 SBC와 AAC가 전부다. 이미 블루투스 오디오 시장은 APTX를 넘어 aptX Adaptive와 LDAC을 채택한 기기들로 넘어가고 있는데 낫싱은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직 SBC와 AAC만 지원하기 때문에 음질에서 분리한 면이 있고 실제 소리도 살짝 거칠었다. 주로 시티팝 장르에 자주 사용되는 신디사이저 소리나 메탈의 일렉 기타 소리가 특히 거칠다. 그래도 SBC나 AAC가 주력이 아닌 제품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24bit 고음질 코덱을 사용한 다른 무선 이어폰처럼 매끈한 느낌은 없었다.

최소 aptX만이라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버튼식 컨트롤, 좋기도 혹은 나쁘기도

낫싱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모든 무선 이어폰이 터치 방식의 조작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어 스틱은 버튼 식이다.

스틱의 안쪽 하단부에 프레스 컨트롤이라 부르는 버튼을 만들어 놨고 이 버튼을 눌러야 전화를 받거나 노래를 건너뛰고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버튼 조작은 Nothing X 앱에서 변경이 가능하며 누르는 횟수에 따라 제어하는 익숙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단순히 만지기만 해서는 조작이 되지 않기에 터치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불편한 방식이다.

필자도 처음엔 좀 당황했었다. 그렇다고 적응이 어렵다는 뜻은 아니며 버튼 위치가 충분히 인지되고 착용감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때 쯤이면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용하게 된다. 이때 쯤이면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거나 뺄 때마다 터치가 눌려 오작동이 발생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이 기쁠 수도 있다. 

 

■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무선 이어폰

솔직히 낫싱의 이어 스틱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에겐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소리는 진짜 좋지만 SBC와 AAC가 전부인 블루투스 코덱은 이 시장에선 매우 치명적이니 말이다.

어차피 애플 계열은 AAC 외엔 다른 선택이 없으니 구조가 비슷한 에어팟을 대신할 목적으로 추천 할만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이어 스틱의 음질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며 더 나은 선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이런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이해하기 바란다.

참고로, 낫싱 이어 스틱의 통화 품질은 준수한 편이었다. 길거리의 차 소리도 잘 걸러냈으며 소음이 더 큰 오토바이 소리도 통화 상대방이 듣지 못할 만큼 거의 완벽하게 걸러냈다. 바람 소리는 기본이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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