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이젠 게임이다! 3D V-캐시로 무장한 라이젠 9 7950X3D

다른 건 몰라도 게임용 CPU는 인텔이라는 고정 관념 같은 게 있었다. 더 많은 CPU 코어와 칩렛 구조를 앞세운 AMD가 CPU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이끌어 냈지만 그래도 넘지 못한 것이 게임이었으니 인텔에겐 마지막 자존심 같았다.

하지만, AMD가 X3D라는 다소 무식한 방법을 꺼내면서 상황이 다르게 돌아갔다. 전체 라인업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게임에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3D V-캐시를 앞세운 X3D 모델이 나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인텔의 13세대 최상위 모델 성능 차트였다.

이 차트에서 인텔은 비교 대상을 AMD X3D로 선택했다. 분명 가격이나 전체 성능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지만 게임만큼은 X3D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무리 수를 뒀다. 게임도 최고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게 스스로 AMD X3D를 인정하는 꼴이 됐다.

AMD에게는 구세대 모델이고 가격으로도 비교 대상도 아닌 X3D를 인텔이 자사 최상위 최신 모델과 비교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기존 X3D 모델뿐만 아니라 젠 4 아키텍처로 무장한 신형 X3D 라인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게 됐는데 오늘 그중 한 제품을 소개해 볼까 한다.

젠 4 마이크로 아키텍처와 3D V-캐시로 무장한 AMD 최상위 게이밍 CPU, 라이젠 9 7950X3D가 바로 그 제품이다.

 

라이젠 9 7950X3D, 기존 X3D와 무엇이 다른가?

AMD가 만들어 낸 X3D라는 모델은 좀 독특하다. 필요한 데이터를 미리 가져다 놓고 모든 CPU 코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인 L3 캐시에 더해 캐시 레벨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3D V-캐시라 명명했는데 메모리 컨트롤러와 L3 캐시 사이에 또 하나의 캐시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L3 캐시에서 메모리 컨트롤러로 직접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보다 지연시간이 줄고 그 만큼 성능을 높일 수 있게 한 것이 X3D 모델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캐시 히트율에 민감한 저 부하 다중 작업 상황에선 일반 CPU 보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실현할 수 있게 됐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CPU 성능을 평가하는 여타 작업들 만큼 부하가 크지 않다. 많아 봤자 50~60% 정도고 30% 이하인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런 작업에선 레이턴시가 적고 캐시 히트율이 높을수록 작업 성능이 높아지기 때문에 X3D가 최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1세대 X3D 모델인 라이젠 7 5800X3D로 그 효용성은 충분히 입증됐고 앞서 말했듯이 인텔 스스로도 자사 최신 모델의 비교 대상으로 삼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그 X3D가 2세대로 진화한 것이 오늘 소개하는 라이젠 7000 시리즈의 X3D 라인업이다.

2세대로 구분한 라이젠 7000 시리즈의 X3D 라인업은 더 독특해졌다. 단일 CCD에 모델은 오직 하나뿐이었던 라이젠 5000 시리즈의 X3D와 달리 CCD 2개로 구성된 라이젠 9 7000 시리즈까지 X3D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쉽게 말해 8 코어뿐만 아니라 12 코어와 16 코어 모델에도 3D V-캐시를 적용했다는 말이다.

실험과도 같았던 1세대 X3D의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됐으니 라인업 확대는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AMD의 2세대 X3D는 반쪽만 3D V-캐시로 만들어졌다. 2개의 CCD 중 한 쪽에만 3D V-캐시가 적용된 CCD를 배치한 것이다. 다른 한쪽은 3D V-캐시가 없는 일반 CCD라서 어찌 보면 절름발이 같은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미 1세대 X3D에서 확인됐듯이 3D V-캐시를 적용하면 CPU 코어 속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없다. 사용자 마음대로 오버클럭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조건은 라이젠 7000 시리즈에 적용된 3D V-캐시도 마찬가지다.

결국 CCD 2개를 모두 3D V-캐시 다이를 선택하면 전체 클럭은 일반 CCD 모델 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게임을 제외한 다수의 고 부하 작업에선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고 생산 단가도 비싼 3D V-캐시 모델은 일반 모델 보다 싸게 팔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 한계를 고민 끝에 타협한 것이 3D V-캐시 CCD + 일반 CCD 조합이고 라이젠 9 7950X3D와 7900X3D 모두 이 구조로 만들어졌다.

 

3D V-캐시 CCD + 일반 CCD 조합, 어떻게 동작하나?

3D V-캐시 CCD + 일반 CCD 조합은 일반적인 CPU로 보기 힘들다. 특히, 작업 종류에 따라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CPU 다이가 구분되는 구조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스케줄러라 보면 되는데 P 코어와 E 코어를 조합한 인텔의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이런 방향선 상에 있다.

AMD는 이 제어 구조를 드라이버로 구현했다.

라이젠 9 7950X3D와 7900X3D의 칩셋 드라이버에 3D V-Cache Performance Optimizer Driver와 PPM Provisioning File Driver를 추가해 놨는데 이 두 가지 드라이버를 통해 OS 스케줄러가 코어 순위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이나 혼합 현실 작업을 3D V-캐시 CCD에 우선 배분하고 성능이 낮은 코어를 파킹 해 캐시 히트율을 높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작업은 윈도우10 1903빌드 이후 버전이나 윈도우11 21H2 이후 버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라이젠 9 7950X3D나 7900X3D를 사용하려면 꼭 업데이트를 받아 놓는 것이 좋다.

AMD는 이 스케줄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시켜 주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보여줬는데 라이젠 9 7950X3D를 기준으로 리소스 모니터에 표시된 CPU 번호 중 0부터 15까지가 3D V-캐시 CCD이고 16부터 31까지가 일반 CCD라고 한다.

드라이버가 정상 설치되고 스케줄러가 제대로 작동하면 게임 실행 시 CPU 점유율은 0부터 15까지 CPU 코어에 할당되며 16부터 31번 CPU는 코어 파킹 상태로 변경된다.

게임과 다른 작업이 동시에 실행 중이라면 활성화된 창에 따라 CCD 할당이 변경되는데 만약 유튜브를 한쪽에 틀어 놓고 게임을 플레이 중이라면 3D V-캐시 CCD에 작업이 우선 배분되지만 잠시 유튜브를 보기 위해 브라우저를 클릭할 경우 3D V-캐시 CCD가 아닌 일반 CCD로 작업이 넘어가게 된다.

그 후 게임 창을 다시 클릭하게 되면 일반 CCD로 배분됐던 작업이 다시 3D V-캐시 CCD에 넘어가게 된다. 이 작업 전환은 다른 조합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게임을 플레이 중이라면 항상 3D V-캐시 CCD로 작업을 처리하게 된다고 이해된다.

참고로, 해당 작업이 게임인지 아닌지는 Xbox Game Bar 앱을 통해 판단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윈도우 키와 G 버튼을 눌러 Xbox Game Bar를 실행시킨 후 실행 중인 작업을 게임으로 지정하면 게임이 아닌 작업까지 3D V-캐시 CCD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라이젠 9 7950X3D vs 라이젠 9 7950X

라이젠 9 7950X3D와 라이젠 9 7950X의 차이는 3D V-캐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CPU가 소모할 수 있는 최대 전력, 즉 소켓 파워에서도 162W와 230W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162W는 7950X3D고 230W는 7950X를 말한다.

결국, 이런 소비전력 차이 때문에 라이젠 9 7950X3D와 라이젠 9 7950X는 최대 속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온도 차이나 성능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격은 같다 해도 작업 환경에 따라 어떤 모델이 유리한지 고민할 수 밖에 없는데 그 특성 차이를 오늘 기사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참고로, 테스트 시스템에는 ASUS ROG 크로스헤어 X670E 히어로와 지포스 RTX 4090, 지스킬 EXPO DDR5 6000 메모리, 커세어의 280mm AIO 쿨러 그리고 커세어 AX1600i PSU가 사용되었다.

 

 

컴퓨팅 및 작업 성능 비교

위에 열거된 테스트 결과 중 3DMARK를 제외한 나머지 작업들은 모두 100% 로드율을 요구하는 고 부하 작업들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계산하고 만들고 측정하는 대표적인 작업들을 대변한다 보면 된다.

보면 알겠지만 역시 전력 소모도 크고 속도도 더 빠른 라이젠 9 7950X가 대다수 작업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젠 9 7950X3D는 3D V-캐시 덕분에 동영상 트랜스코딩과 일부 계산 작업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속도도 더 빠르고 양쪽 CCD 모두 동일한 7950X를 넘어서진 못했다.

 

1920x1080, 게이밍 성능 비교

게임에서 CPU 성능에 좌우되는 환경은 GPU 성능이 남아돌 때다. CPU에 발이 묶여 GPU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런 환경일수록 3D V-캐시는 효용성은 더 커지게 되는데 결과는 위에 정리된 그대로다.

보면 알겠지만 게임에 따라 말도 안 되게 프레임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처럼 모든 해상도에서 CPU 성능에 민감한 게임은 3D V-캐시 효과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무려 45 프레임이나 올라갔다. 비율로 보면 27%나 증가했는데 갓오브워나 툼레이더 처럼 CPU 성능에 민감한 게임일수록 프레임 차이가 상당히 컸다.

일부 게임은 7950X보다 프레임이 오히려 더 낮은 측정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3D V-캐시 효과가 제대로 입증 됐다고 보여진다.

7950X3D의 3D V-캐시 CCD만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라이젠 마스터에서 게임 모드를 실행하면 이런 궁금 중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보면 알겠지만 추천할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다. 라이젠 마스터의 게임 모드는 그냥 안 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AMD가 준비할 스케줄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실행시켜 놓고 게임을 창 모드로 플레이할 때 프레임 변화가 어떤지도 확인해 봤다.

게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게임만 단독으로 플레이할 때보다 프레임이 크게 낮아지는 경우도 없었고 대부분은 거의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소비전력과 온도는

CPU 온도와 소비전력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전기를 많이 소모하면 그만큼 온도가 높고 적게 소모하면 그만큼 온도는 낮아진다.

라이젠 9 7950X3D와 라이젠 9 7950X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153W를 소모한 라이젠 9 7950X3D의 온도가 7950X 보다 10도 정도 낮았는데 비율로 따지면 이보다 더 낮았어야 하지만 AMD가 제시한 공식 사양에서 벗어난 결과는 아니었다.

라이젠 9 7950X3D의 쓰로틀 기준 온도인 TjMax가 89도였으니 그래도 4도 정도는 여유 있어 열 관리 측면에선 7950X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게임과 작업, 양쪽 모두를 위한 합리적 선택

솔직히 오직 게임을 위해 라이젠 9 7950X3D를 선택할 사람은 없다. 4월에 출시될 라이젠 7 7800X3D가 있으니 더더욱 그럴 필요가 없다. 이 비싼 CPU를 게임 전용으로 산다는 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16 코어 32스레드가 꼭 필요한 환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작업 환경에서도 게임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자주 가는 카페에서도 그런 고민이 올라온 적 있는데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 비교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라이젠 9 7950X3D도 라이젠 9 7950X에 준하는 멀티 스레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3D 렌더링이 살짝 아쉽지만 게임 성능에서 얻는 혜택이 더 크다. 거기다 전력 소모는 33%나 줄어들고 온도도 10도 가까이 낮으니 유지비나 열 관리 측면에서도 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16코어 32스레드도 최고의 작업 환경을 꾸미겠다는 목표가 최우선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게임과 작업을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다면 라이젠 9 7950X3D이 최선이며 다른 대안은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