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이 만든 홀리 판다 V2 스위치, 앱코 AK87H 텐키리스 키보드

모든 상품이 그렇지만 스토리가 있는 건 인기가 좋다.

그 스토리가 유니크하고 희소성까지 있다면 대박이라 불릴 만큼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그런 조건에 딱 들어 맞는 제품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 앱코에서 출시한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가 바로 그 제품이다.

키보드에 스토리와 유니크 그리고 희소성이 무슨 말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놀랄 만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의 특별함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 판다 V2는 제품명에 표기된 홀리 판다 V2 스위치를 사용한다. 이 스위치는 넌클릭 방식 중 가장 매력적인 스위치로 손꼽히고 있으며 만들어진 계기부터 단종과 복각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스위치로도 유명하다.

처음 이 스위치가 만들어진 것은 서로 다른 2가지 스위치를 탑 클릭의 맴버였던 Quakemz가 조합해 완성하게 됐다. 2가지 스위치 모두 인기가 없던 탓에 홀리 판다 스위치를 만들 수 있는 수량이 제한적이어서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여기에 더해 단종된 스위치 하나인 인비어 판다의 몰드 자체가 파손되어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손된 몰드를 수리하고 오리지널 스위치에서 발견된 문제를 수정한 홀리 판다 V2 스위치가 시장에 출시하게 됐다.

홀리 판다 V2는 이 스위치의 원조격인 매스드롭에서 판매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카피나 유사 제품들까지 시장에 등장한 상태다.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는 오리지널 홀리 판다 V1 생산에 참여한 카일에서 나온 홀리 판다 V2 버전으로, 원조인 V1 버전과는 살짝 다르겠지만 홀리 판단 스위치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앱코가 이 스위치를 기성품 시장에 가져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로는 이만한 아이템도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홀리 판다 V2 스위치, 느낌은?

필자는 넌클릭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아무거나 막 써도 큰 느낌 차이를 얻지 못하는 편이다. 오히려 디자인이나 키캡 높이가 더 중요한 성향이다.

그런 이유로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었다. 디자인 좋은 텐키리스, 거기다 스토리가 조금 특별한 스위치일 뿐 다른 느낌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넌클릭을 많이 안써봐서 그런건지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는 꽤 인상적이었다.

일단, 키압이 좀 있다. 스펙상 택타일 포스가 70+10gf인 것만 봐도 꽤 힘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하니 일반 키보드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신 이 키압이 바닥을 칠때까지 부드럽게 이어지고 서걱거리거나 흔들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누를 수 있기에 장점도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벼운 키감을 원하는 이들에겐 절대 추천할 제품은 아니지만 키를 눌렀을 때의 안정감이나 바닥 치는 느낌의 독특함이 워낙 특별해서 누구나 한번 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어차피 키 압은 익숙해지기 나름이니 그 이외 장점들을 생각하면 상당히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타건음은 어느 정도?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의 실제 타건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봤다.

촬영된 영상 속 타건음은 실제 보다는 좀 더 가벼운 느낌이다. 키를 누르는 속도와 강도에 따라 소리 차이가 좀 있는 편이라서 가볍게 누르고 타이핑 속도도 느린 편이라면 가벼운 소리 없이 조용하고 묵직한 타건음을 느낄 수 있다.

스위치 자체의 윤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느낌 상으론 윤활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다. 타건음에 영향을 주는 내부 구조는 알루미늄 재질의 보강판에 PCB 기판과 POM 재질 흡음재 그리고 하우징과의 고정 부위에 실리콘 댐퍼를 사용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기격대비 적당한 조합이다.

 

상큼한 컬러 조합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의 기본 디자인은 여타 텐키리스와 크게 다르진 않다.

유선 모델이고 이중사출 PBT 키캡을 사용했으며 RGB LED 이펙트가 적용됐다. 스위치 교체도 당연히 가능하고 108키 보다 작아 공간적인 장점도 있는 텐키리스 키보드다. 이처럼 스펙이나 기능만 보면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제품이지만 독특한 컬러 조합 덕분에 눈에 띄는 제품이 됐다.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의 키캡에는 서로 다른 컬러의 폰트가 새겨져 있다. 컬러 조합 자체도 노란색과 진한 핑크, 밝은 그린과 하늘색을 사용하여 바탕색인 흰색과의 조합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데 방향키에는 전체 컬러를 이렇게 조합해 좀 더 눈에 띄는 컬러 조합을 완성해 냈다.

게이밍 기어 같은 기계식 키보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알록달록 한 컬러 조합이 꽤 인상적이다.

 

눈도 즐겁고 손도 즐겁다

앱코 AK87H 텐키리스 홀리판다 V2는 스위치 하나만으로 유명세를 탈 수 있는 제품이다. 시장에 출시된 홀리 판다 스위치 중에서도 원조에 가까우면서 신뢰할 수 있는 카일 스위치를 채택했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넌클릭 키보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조 느낌 그대로를 원하는 이들에겐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을 순 없겠지만 카일 정도면 충분히 경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꼭 홀리 판다 스위치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타건감이나 타건음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디자인 또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제품이다 보니 매니아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괜찮은 제품일 듯 한데 그래도 한번은 경험해 보고 선택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