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 브랜드, 하이트(HYTE)를 만나보다
최근 몇 년간 PC 조립 시장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가성비'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취향'과 '감성',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RGB 튜닝, 구성 노출, 색감 표현… 말 그대로 자기 스타일이 담긴 PC를 갖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등장한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미국의 케이스 브랜드 하이트(HYTE, 이하 하이트)다.
2021년 설립된 하이트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프리미엄 감성 하드웨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하드웨어 팬덤을 디자인으로 형성한, 흔치 않은 사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 브랜드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었다.
▲ (좌측부터) Regina Zhao(레지나 자오) & Felix Chou(펠릭스 초우)
이번 인터뷰에서는 하이트의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사업을 이끄는 Regina Zhao(레지나 자오) 비즈니스 개발 총괄과, 마케팅 및 커뮤니티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Felix Chou(펠릭스 초우)를 만나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 디자인을 선택한 기술, 기술을 품은 디자인
하이트의 대표 라인업인 Y시리즈(Y60, Y70, Y40)는 제품을 보면 기능성과 디자인, 그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기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 무채색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의 Y70의 외형
보통의 케이스들이 네모 반듯하고 각진 구조를 고수하는 반면, 하이트는 곡선형 라인과 부드러운 색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내실도 충분히 다진
느낌이다. 라이저 케이블 보호 가이드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양한 라인업보다는 '집중형 전략'을 택하여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실제로 하이트는 평균 판매 단가가 꽤 높은 편이지만, 품질과
브랜드 감성에 가치를 두는 유저층에게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린씨앤아이 관계자 역시 이렇게 말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하이트 제품은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이트를 찾는 고객들은 단순한 '케이스'를 사는 게 아니거든요."
■ 하이트만의 브랜드 전략: 서브컬처 콜라보와 밈 네이밍
하이트는 단순히 '북미에서 만든 케이스 브랜드'라는 말로 정의하기 어렵다. 시스템 빌더로 iBUYPOWER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웨어적 기반 위에, 콘텐츠와 커뮤니티 감각을 더한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 브랜드는 제품 네이밍부터가 유쾌하다. THICC, Noodle, Keeb 같은 이름은 밈과 유행어에서 비롯됐고, 이를 통해 사용자와의 거리감을 확 줄인다.
▲ 서브컬처와 만난 케이스 ? 하이트만의 유쾌한 세계관
콜라보도 과감하다. 애니메이션, 버튜버, 게임 '붕괴: 스타레일' 등과의 협업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굿즈처럼 소비되는 케이스'를 목표로 한다. 실제로 하이트의 한정판 제품은 넘버링, 전용 박스, 초판 구성까지 갖춰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이런 전략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처럼 서브컬처 소비력이 높은 시장에서도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미국에서 보다 2배 이상의 판매 성과를 낸적도 있다고 한다.
■ "좋은 브랜드는 좋은 팀에서 시작됩니다"
그런 감각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기에 하이트는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개인의 스펙보다 우선시되는 건 문화에 대한 이해력, 디자인 감각, 그리고 팀워크다.
▲ 기술과 감성을 함께 이해하는 사람들 ? 하이트의 팀워크
"우리 팀은 디자인도 잘하고, 기술력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감성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죠."
이 말처럼, 하이트가 추구하는 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라 '문화 기반의 브랜드'다. 제품 하나하나에 세계관이 깃들어 있고, 그 세계관을 함께 구축해 나갈 사람을 찾고 있었다.
■ 한국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한국은 조립 PC 문화가 활발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꽤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무채색 계열의 케이스가 선호되고, 외형보다는 성능 중심의 소비 성향이 뚜렷하다.
그런 한국에서, 하이트가 아시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중국, 일본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다.
서린씨앤아이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유저들의 감성과 하이트의 디자인이 예상 외로 잘 맞아떨어졌어요. 저희는 콘텐츠 중심 마케팅으로 하이트의 정체성을 꾸준히 노출했고, 신뢰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죠."
실제로 Y60, Y40, Y70 등 시리즈 제품은 매년 '없어서 못 파는 케이스'로 입소문을 탔고, 유튜버들이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꾸미기 좋은 케이스", "스트리머 케이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 마치며 : 감성을 입은 기술, 기술 위에 얹힌 감성
하이트는 다가오는 2025컴퓨텍스에서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Y 시리즈와는 별개의 독립 제품군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하이트의 디자인 감성을 담아낸 '접근형 프리미엄' 콘셉트다.
케이스뿐 아니라, 모듈형 액세서리나 내부용 USB 허브, 조명 컨트롤러 등 생태계 확장을 위한 준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이트는 '디자인으로 팬덤을 형성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케이스도 취향의 일부가 되었고, 단지 조립을 위한 도구가 아닌 '나만의 책상 위 세계관'을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었다.
"한국 유저분들의 애정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한국 한정판 제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HYTE 본사 관계자
빠르게 변하는 조립 시장 속에서, 하이트는 단순히 유행을 쫓는 브랜드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 오히려 유행을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그 위치를 점점 더 확고히 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