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여파, 소비자 저장장치 가격도 급등.. “RAM 끝나니 SSD/HDD로 불길 번진다”

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생성형 AI 수요가 결국 일반 소비자용 저장장치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버 시장 중심으로 언급되던 메모리·스토리지 공급난이 국내 PC 사용자 가격에도 본격 반영되면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던 소비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다나와 기준, 삼성전자 DDR5-5600 16GB 메모리는 9월 초 약 7만1천원 수준에서 최근 21만원대 초중반으로 급등했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약 3배 가까운 폭등으로, 서버 HBM·DDR5 수요가 집중되자 소비자용 DRAM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직접 반영된 결과다.
저장장치도 상황이 비슷하다. WD Black SN850X 2TB SSD는 9월 30일 약 20만9천원에서 최근 23만원대 중반으로 상승하며 단기 반등세가 확인됐다. HDD 역시 오랜 기간 안정적이던 가격 흐름이 흔들렸다. 씨게이트 2TB 모델이 9월 약 9만1,300원에서 현재 11만원대 중반으로 올라, 엔트리 제품군까지 가격 인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가 공급망을 초과한 구조적 변화가 있다. 대규모 모델 학습과 데이터 관리로 인해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이 18TB 이상 니어라인 HDD를 대량 선점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최대 2년 백오더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HDD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규모 사업자들이 QLC SSD로 전환하면서 NAND 수요가 다시 급증하는 이중 압력도 형성됐다.
AI GPU용 HBM과 서버 DDR5 생산 우선 순위가 높아지면서 생산라인 배분이 바뀐 점도 소비자 시장 가격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결과적으로 DRAM 급등 → 고용량 SSD 반등 → HDD 상승이라는 단계적 파급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흐름이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한 이어질 구조적 상승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는 이미 폭등했고, 이제 SSD와 HDD가 차례로 올라가는 초기 단계”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용량 스토리지나 NAS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격 변동을 지켜보며 시기를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