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북마스터’가 NPU 위에서 부활했다, 갤럭시 북6 런칭 팝업스토어 및 교보문고 AI 책봇 공개 행사를 가다

서가(書架) 사이를 거니는 행위는 디지털이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경험이다. 그러나 수십만 권의 장서 속에서 ‘내 마음을 읽어주는 책’을 찾는 과정은 종종 막막함으로 다가온다. 과거 서점에는 고객의 대략적인 설명만으로도 적절한 책을 건네주던 ‘북마스터(Book Master)’가 존재했으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간과 정보량 속에서 인간의 기억력에만 의존하는 큐레이션은 한계에 봉착했다.

28일,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린 ‘갤럭시 북6 런칭 팝업스토어’ 및 ‘AI 책봇’ 공개 행사는 이 오래된 난제에 대한 기술적 해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 그리고 교보문고의 방대한 데이터가 결합하여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실제 리테일 환경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 해법을 제시했다.
교보문고 ‘AI 책봇’: 검색이 아닌 ‘맥락’을 읽다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교보문고가 선보인 ‘AI 책봇’이었다. 교보문고 홍정성 경영기획실장은 이 프로젝트의 본질을 “과거 북마스터 역할의 디지털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키오스크나 도서 검색대는 정확한 제목이나 저자명을 요구한다. 반면, 이날 시연된 AI 책봇은 고객의 ‘상황’과 ‘의도’를 파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직접 갤럭시 북6 화면 속 AI 북마스터 ‘책책이’에게 “퇴근 후 읽기 좋은 힐링 책”이라고 입력하자, AI는 단순한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닌,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부합하는 도서 2권을 즉각적으로 제안했다.


책책이가 소개한 추천 도서를 클릭하면 책 표지와 함께 해당 책의 간단한 소개가 안내 된다. 이후 책 위치라고 물으면 “현재 강남점, 지하 1층 G관 O-23 벽면”이라며 실시간 재고 현황과 물리적 위치를 지도 매핑으로 띄워준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AI 책봇은 데이터를 계속 학습, 수집하고 있는 중이며, 추후에는 더욱 완성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든든한 책책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 슈퍼빌더, MCP)
이러한 책책이의 움직임의 배후에는 ‘인텔 AI 슈퍼 빌더(Intel AI Super Builder)’와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술이 자리한다. 인텔 AI 슈퍼 빌더는 기업이 보유한 고유 데이터(교보문고의 도서 정보, 리뷰, 큐레이션 데이터)를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으로 학습시켜 환각 현상을 억제한다. 여기에 MCP 기술은 AI 모델을 실제 서점의 재고 관리 시스템(WMS) 및 위치 정보 시스템과 표준화된 규약으로 연결하여, 온라인의 추론 능력이 오프라인의 물리적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도록 구현했다.
실리콘의 진화: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Panther Lake)


이러한 고도화된 AI 워크로드를 지연 없이 처리하는 엔진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코드명: 팬서레이크)’다. 이날 행사에서 인텔 컨수머 PC부문 조쉬 뉴먼(Josh Newman) 총괄은 팬서레이크가 인텔 파운드리 전략의 분수령인 ‘18A(1.8나노급)’ 공정에서 양산된 첫 클라이언트 SoC임을 강조했다.

18A 공정의 핵심은 전력 효율과 집적도를 극대화하는 두 가지 기술, ‘리본펫(RibbonFET)’**과 ‘파워비아(PowerVia)’**의 결합이다. 리본펫은 게이트가 채널의 4면을 감싸는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해 누설 전류를 차단하고 전압 제어 능력을 높였다. 파워비아는 전력 공급망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신호 간섭을 줄이고 셀 밀도를 획득하는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이다.

이를 통해 팬서레이크는 전작 대비 NPU 성능을 2배, 그래픽 성능을 77% 향상시켰음에도 전력 소모는 획기적으로 낮췄다. 특히 프로세서 내부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저전력 아일랜드(Low Power Island)’는 동영상 재생이나 백그라운드 AI 작업 시 고성능 코어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최대 27시간이라는 배터리 타임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었다.
‘강력한 성능’과 ‘탄탄한 기본기’에 충실한 갤럭시 북6 소개


삼성전자 MX사업부 이민철 부사장은 갤럭시 북6 시리즈의 개발 컨셉을 ‘기본기의 완벽한 구현’으로 요약했다. 이 부사장은 PC 교체 주기가 5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소비자가 화려한 기교보다 ‘압도적 속도’와 ‘배터리 수명’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삼성의 50년 제조·엔지니어링 역량을 총동원해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했다"며 역대 가장 강력한 기본기를 강조했다.

핵심은 성능과 효율을 잡은 쿨링 솔루션의 진화다. 인텔 최신 ‘코어 울트라 시리즈 3(팬서레이크)’의 성능 극대화를 위해 방열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고, 울트라 모델에 적용되던 ‘베이퍼 챔버’를 ‘프로’ 라인업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 NPU·CPU의 발열을 제어하고, 영상 재생 기준 최대 30시간의 배터리 타임을 확보해 '어댑터 없는 하루'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경험(UX)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데 주력했다. 전 모델에 터치 지원 ‘다이내믹 아몰레드 2X’와 6개 스피커(16인치 기준)를 탑재해 시청각 경험을 높였다. 특히 입력 장치의 변화가 큰데, 물리 클릭 대신 진동 모터를 활용한 ‘햅틱 터치패드’를 도입해 전 영역에서 균일하고 정교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번 갤럭시 북6 시리즈를 성능위주의 ‘울트라’, 균형 잡힌 ‘프로’, 그리고 ‘기본형’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오는 5월에는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에디션’도 출시한다. 인텔 vPro 기술과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를 결합해 바이오스(BIOS)부터 OS까지 데이터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B2B 특화 모델이다.
기술과 콘텐츠, 공간이 빚어낸 ‘새로운 경험의 제안’

이번 팝업스토어는 하드웨어 제조사와 칩셋 벤더, 그리고 콘텐츠 플랫폼이 만나 ‘AI PC’의 지향점을 구체적인 공간 경험으로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장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 이민철 부사장은 갤럭시 북6에 대해 “강력한 기본 성능을 바탕으로 AI와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제품”이라고 설명하며, 인텔과의 협력이 PC 경험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조쉬 뉴먼 인텔 컨수머 PC부문 총괄은 AI가 단순한 문답 도구를 넘어 사용자와 함께 탐색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에이전트로 변화하고 있음을 언급했고, 백남기 인텔코리아 부사장은 삼성의 기기, 인텔의 연산 능력, 교보문고의 데이터가 결합된 이번 사례를 3사 역량의 시너지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구현된 방식이다. 교보문고 홍정성 경영기획실장은 AI 책봇을 두고 “과거 북마스터가 제공하던 섬세한 추천 경험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AI 책봇은 단순한 도서 정보의 나열을 넘어, 방문객의 상황과 감정이라는 맥락을 읽고 그에 맞는 책을 제안함으로써 ‘경험’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 지하 1층에 마련된 이번 갤럭시 북6 팝업스토어는 오는 3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갤럭시 북6과 AI 책봇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숫자로 된 스펙을 넘어, AI가 우리의 독서 경험과 일상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지 미리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