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구타유발자들 - 폭력의 마침표가 찍히다

<빵과 우유>라는 단편으로 독립영화계의 스타가 된 원신연 감독. 그의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 <구타유발자들>은 그의 이력에 걸맞게 독립영화의 장점과 상업영화의 장점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독립영화를 만들 듯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써내려간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한 연기력이 만나 치밀하게 짜여진 한 편의 상황극으로 연출되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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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ì„ê·œ, 이문식, 오달수, 차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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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이용가

 ëŸ¬ë‹ 타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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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엔터테인먼트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2.35:1

 ì˜¤ë””오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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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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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영화의 오프닝은 한석규의 전작 <주홍글씨>(감독 변혁, 2004)를 떠올리게 한다. 교외의 한적한 길을 멋진 흰색 벤츠가 달리고 그 안에서는 아리아가 흐른다. 그리고 교양 있어 보이는 영선(이병준)이 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러나 <주홍글씨>에서도 그랬듯 번쩍거리는 차와 고급 취향이 인간성까지 고급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듯이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는 연신 옆에 앉은 여제자를 흘끔거리며 호시탐탐 그녀와 쉬어갈(?) 기회만 노리고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붉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경찰을 따돌려 버린 그를 기다리는 것은 지옥과도 같은 5시간이다.

영화의 도입부를 이끌어갈 캐릭터 설명을 간단히 끝낸 영화는 영선의 흰색 벤츠와 함께 두 번째 길로 들어서는데 기괴한 느낌의 장승은 그 길 끝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렇게 도착한 한적하고 고요한 강가를 무대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영선은 진짜 속내를 드러내고, 이에 놀라 반항하던 인정(차예련)은 벤츠에서 겨우 탈출, 숲으로 도망친다. 잠시 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비호감의 사내들이 모여드는데….

한편 길을 헤맨 인정은 우연히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친절하고 순박한 청년 봉연(이문식)을 만나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인정이 도망친 그곳이 아닌가. 심지어 비호감 사내들은 봉연을 향해 꾸벅 인사까지 하고, 영선과 인정을 반강제로 ‘떡삼겹 파티’에 초대한다. 어색한 분위기와 오토바이에 실려 있는 자루가 긴장감을 조성하고, 여기에 인정의 말 한마디가 봉연의 비위를 건들이면서 사건은 코믹극에서 잔혹극으로 전환하게 된다.

영화 속의 폭력은 보통 미화되거나 과장되곤 한다. 특히 상업영화 속에서는 대개가 정의, 인과응보의 이름으로 미화되거나 혹은 피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타유발자들>의 폭력은 그저 앙갚음의 행동일 뿐이다. 폭력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눈 돌리지 말고 확실히 보라고 말하는 듯 영화 내내 치졸하게 그리고 섬뜩하게 표현된다. 이러한 폭력의 고리의 중심에 봉연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선에서 악으로 변화하며 현재와 인정을 괴롭히던 봉연과 그의 무리는 문재(한석규)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강자가 때리는 대로 맞고 그 복수를 또 다른 약자에게 행하며 계속해서 폭력의 고리를 이어왔음을 나타내준다.

<구타유발자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바로 다음 장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핸드헬드되는 카메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탄 시나리오는 밀도 있게 꽉 짜여져 관객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카메라 워킹은 오프닝부터 상당히 유려하고 정제되어 있는데 그런 카메라가 인물들을 담을 때면 흔들린다. 물론 핸드헬드 기법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는 일조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게 쓰여 의도가 빤히 읽혀버린 점은 아쉽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며 지루해지려는 관객들을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여기에 주인공들과 동일한 시점에서 보여주다가 이따금 관찰자의 시점으로 전환하는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가해자와 피해자, 관찰자 사이를 오가게 하면서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모노톤 위주로 제작된 영상은 상당히 건조한 느낌을 안겨주며 배경 자체를 인위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배우들의 디테일은 선명히 살아있어 이질감 나는 배경과는 달리 좀 더 현실감이 담보된 섬뜩함을 안겨준다. 특히 오달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실 속의 인물을 대하는 듯한 묘한 불쾌감마저도 만들어낸다. 또 이문식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야누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영화의 반전 부분에서도 드러나지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이문식은 순박한 미소를 날리다가 한 순간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해버리고, 금세 안쓰러운 약자의 얼굴로 돌변한다. 그리고 표정이나 몸짓 어느 한군데 힘들이지 않고 영화에 온전하게 녹아든 한석규. 이들의 연기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로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구타유발자들>은 DVD로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다. 소위 이런 실험성 있는 영화들은 극장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루함과 싸우기 싫어하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사건 없이 특정 시점까지 계속해서 긴장케 만드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DVD가 오히려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장점을 가질 수도 있을 듯싶다.

2.35:1의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이 DVD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고정적으로 보여지는, 폭력과 굴욕으로 뒤범벅된 다리 밑 풍경의 롱샷은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를 통해 더욱 허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또 모노톤의 영상을 통해 과다 노출된 듯한 인상을 주면서 인물들은 강렬한 색감과 디테일로 표현한 감독의 의도 역시 잘 살아있다. 특히 시골 사내들의 지저분한 몰골을 클로즈업으로 잡을 때의 뚜렷한 선예도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하다.

한편 어떤 이유인지 케이스에는 DTS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지만 <구타유발자들>은 돌비 디지털 5.1만을 지원한다. 여기에 DTS에 대한 선입관까지 더해 은근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돌비 디지털 5.1채널 사운드는 현장의 공기를 전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대사와 각종 효과음이 전반적으로 명확하게 재생되며, 특히 격투 장면에서의 둔탁한 타격음은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무척이나 리얼하게 다가온다.

스페셜 피처는 어쩌면 <구타유발자들> DVD의 핵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중 삭제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메뉴로, 무엇보다 쥐를 잡아먹는 부분은 극도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감독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삽입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 어차피 이 작품은 폭력의 악순환, 그 끊이지 않는 연결고리에 정면으로 접근한 영화가 아닌가. 마약을 하고 쇼크로 황천길로 떠나는 대학교수 이야기 등 다른 삭제장면들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밖에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코멘터리,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도 충실하게 구성됐으며,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감독의 단편영화 <빵과 우유>의 삽입은 이 DVD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글 / 윤대봉(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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