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리주단기 - 일본과 중국의 대립과 조우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소원했던 아들이 갑작스레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아버지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을 대신해 경극 촬영을 하러 중국으로 떠난다. 관계나 심리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감으로써 여행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보다는 내적인 변화와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신파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설정도 뻔하고 스토리도 단순하지만, 영화가 갖는 울림과 진중함은 제법 무겁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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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Ÿ¬ë‹ 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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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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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¼ë³¸ì–´ 중국어 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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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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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장이모우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 <붉은 수수밭>을 비롯해 <국두>, <홍등>, <귀주이야기> 같은 초기작들을 통해 여성, 제국주의, 관료주의, 문화대혁명, 공산당 등 중국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색 짙은 영상을 만들어냄으로써 중국영화와 감독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눈이 돌아갈 만큼 웅장한 스펙터클과 다채로운 디지털 기법으로 나날이 화려해지는 영화들이 넘쳐나는 지금, 장이모우의 영화는 어쩌면 퇴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진실함, 어떠한 그래픽 기술로도 가닿을 수 없는 깊이를 장이모우는 획득해냈다.

눈물을 쏟을 만큼 감상적인 지점들도 꽤 많고 식상해 보이는 설정들도 있지만, 감독은 슬프고 심각한 상황들, 감동스러운 장면 속에 가벼운 유머를 삽입함으로써 영화가 자칫 어느 한쪽의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한다. 극중 리쟈밍이 아들을 생각하며 우는 장면에서는 배우가 쏟아내는 눈물보다 그 눈물의 몇 배 만큼 흘러나오는 콧물 때문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마을 주민들의 심각한 토론은 어눌한 통역사의 일본어 실력 때문에 흐지부지되어버리고,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교도소의 경극 장면은 한없이 진지하고 감동스러울 수 있었지만 무표정한 얼굴의 아마추어 배우들과 그들의 어설픈 춤사위 덕분에 냉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의 만남이다. 중국 감독과 일본 배우의 작업, 일본인이 갖는 중국 경극에 대한 애정, 일본인 타카타의 중국 여행, 그리고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본인 아버지와 중국인 아버지, 이렇게 중국과 일본은 여러 지점에서 겹쳐지고 대립한다. 두 나라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 가령 일본 전후 세대의 단절, 공산국가인 중국의 폐쇄성, 전쟁과 정치, 외교 관계에서 풀어야 할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중국인과 일본인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형상화된다.

갈등과 소통 부재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수단은 영상 매체다. 타카타는 아들이 찍은 비디오를 본 뒤 중국행을 결심한다. 그는 교도소에서의 공연 촬영이 힘들어지자 자신의 사연을 비디오에 담아 중국 관리들에게 보내고, 비디오테이프를 본 이들은 크게 감동 받아 물심양면 교도소 내 촬영을 지원해준다. 아들이 보고 싶어 울부짖던 리쟈밍은 디지털 카메라에 담긴 아들의 사진을 본 뒤 타카타에게 경극 공연을 선사한다. 디지털 기술, 영상 매체는 인간적임, 사랑,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천리주단기>에서는 갈등을 풀고 관계를 맺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궁극적으로 장이모우 감독은, 또 다른 영상 매체인 영화를 통해 진심을 전달하고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함으로써 관객과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를 띠는 화질은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살짝 뿌연 화면은 답답함을 주기도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자연 풍광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풀샷 장면이 많은데, 클로즈업의 장면보다 화면 입자의 거침과 잡티가 심하고 채도도 낮게 구현된다. 실내 장면에서의 암부 디테일은 양호하지만 탁자나 책장, 의자의 나무결이 느껴질 정도의 해상도나 선명도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65분 이후 밤 장면을 비롯해 풍경이 많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눈에 띄게 잡티가 증가하고 색 재현도 조잡하다. 정지 장면에서는 윤곽선의 단층이 보이기도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며 색 번짐도 크게 무리 없이 넘어갈 만하다.

이런 화질상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이모우 감독이 담아낸 운남성의 풍경은 영화의 스토리와 별개로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명성에 걸맞는 운남성은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던 곳으로, 아직까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신비의 땅이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운남성의 경치를 감상하다보면 사소한 잡티쯤은 너그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분리도와 또렷한 대사 전달력을 보여주는 음질은 만족스럽다. 답답한 화면 탓인지 오히려 생활 소음들은 선명하다 못해 날카로운 느낌을 줄 정도로 생생하며, 후방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파도소리는 포근하고 부드럽다. 시장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유독 사운드가 썰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분리도도 양호하며 앰비언스 사운드의 재현도 세심하다.

부가 영상으로는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과 18분 정도의 제작 과정이 담긴 콘텐츠가 전부다. 배우나 감독의 경력을 고려해 볼 때 너무하다 싶을 정로도 단출한 편이며, 메뉴 디자인 역시 사진과 텍스트로만 되어 있어 밋밋해 보인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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