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간 - 김기덕 감독의 13번째 연출작

지우와 세희는 2년 정도 관계를 지속해 온 연인이다. 오래된 연인이 가끔 그러하듯 세희는 지우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지우가 같은 사람과의 반복되는 관계에 질려버렸다는 결론을 내린다. 일방적으로 지우를 떠난 세희는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꿔 ‘새희’가 된다. 지우는 새희를 다른 사람으로 알고 그와 새로운 연인이 되지만, 여전히 세희를 잊지 못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이미 새희가 된 세희는 예전의 얼굴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다. 마침내 그는 지우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충격을 받은 지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세희는 자신의 주위에 얼굴을 바꾼 지우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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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í˜„ì•„, 하정우,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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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이용가

 ëŸ¬ë‹ 타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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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미디어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ì˜¤ë””오 타입

 ëŒë¹„ 디지털 5.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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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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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김기덕 감독의 13번째 연출작 <시간>은 기본적으로 연애담이지만, 남녀 간의 감정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식을 뒤집은 것에서 그 독특함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다. 또한, 성형수술이 중요한 극적 장치로 기능하여 얼굴로 대표되는 외형이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가, 라는 심도 있는 질문도 던지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빈 집> 등의 작품을 통해 좀 더 유연하게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김기덕 감독의 최근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전히 시선을 끄는 이미지와 함께 논리로는 풀어낼 수 없는 장면들도 다수 담고 있어 관객 각자의 감상이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이 한국 영화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된 <괴물>과 함께 지난 여름 대중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한국영화 가운데 한 편이라는 점이다. 이는 <시간>이 <괴물>에 맞먹는 흥행 수입을 거두었다거나 김기덕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영화였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화제는 영화 바깥으로부터 나왔다. 지난 8월 초 김 감독은 <시간>의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괴물>의 흥행은 한국영화와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난 결과다”, “앞으로 자신의 영화는 한국에서 배급하지 않을 것” 등의 격한 발언을 쏟아냈는데, 이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일반 관객은 물론 수많은 네티즌의 찬반양론을 야기했던 것이다. 이어 김 감독은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전국 총 스크린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괴물>의 배급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결국 자신의 발언을 급거 철회했고, “자신의 영화는 쓰레기이며, 한국 영화계를 떠나겠다”는 침통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이 이렇게 극단적인 언행을 보였던 원인은 지나친 상업 논리에 밀려 <시간>이 국내 배급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 5월 일반에 한 차례 공개된 뒤에도 정식 개봉 시기를 잡지 못했다. 한정된 수의 스크린을 대작 영화가 상당수 차지하여 다양한 영화를 보기 어려운 최근의 배급 경향에 대해 영화계 일각이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작자로서 자신의 작품이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은 절망적인 일일 것이다. 그의 여러 문제 발언은 이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번 해프닝은 한국영화의 다소 비정상적인 배급 구조와 그 대극에 위치한 독립영화의 현실과 같은 영화계의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설화 사건’으로 인해 <시간>은 김기덕 영화 중에서도 전례 없는 논란에 휩싸여야 했고, 일본 자본으로 제작된 작품으로서 한국영화임에도 모 영화사에 의해 ‘수입 개봉’되는 희한한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어렵사리 선보였던 이 영화의 최종 관객 동원 스코어는 약 3만 명. 김 감독이 바랬던 20만 명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지만, 10개 내외의 스크린을 통한 소규모 개봉작이며 독립영화나 아트필름의 경우 1만 명을 넘기면 ‘히트작’으로 꼽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이었다.

DVD는 1디스크의 간소한 구성.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준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장면에 따른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저예산 영화임을 생각했을 때 피사체의 디테일 묘사가 특히 돋보인다. 뒤떨어지는 암부 표현이나 지글거림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사운드의 경우 돌비 5.1이나 2.0이나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음향이 프런트 채널에 집중되어 있으며, 가뜩이나 볼륨이 낮은데다가 일부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발성 때문에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글 자막을 켜 놓고 봐야 할 것 같은 몇 안 되는 한국영화 DVD일 것이다.

부록은 촬영 현장을 기록한 메이킹 다큐멘터리, 예고편, 감독 및 주요 출연진 소개(텍스트), 포토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별다른 내레이션이나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삽입하지 않은 채 촬영 과정만을 편집한 것.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것을 상영 시간 44분 내내 변화 없이 이어가다 보니 지루하고 무성의하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다. 예전부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담은 DVD 타이틀은 스페셜 피처 면에서는 다소 부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설화 사건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DVD를 통해 김기덕 감독의 조금은 정돈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더욱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사정상 하마터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할 뻔했던 영화를 온전히 접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할 타이틀이다.

글 / 김송호(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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