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을로 - 치유와 회복의 로드무비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 무렵,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한국전쟁 이래 최악의 인재라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이라는 끔찍한 수치를 남겼다.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숫자만큼 그 사람들을 떠나 보낸 남은 자들의 슬픔과 아픔은 컸으며, 선진국 대열에 올라 가열찬 발전 가도를 달리고 있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에도 생채기를 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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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œ ì§€íƒœ, 김지수,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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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이용가

 ëŸ¬ë‹ 타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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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엔터테인먼트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2.35:1

 ì˜¤ë””오 타입

 DTS, 돌비 디지털 5.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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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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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멜로영화 <가을로>를 평범한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남의 설렘, 가슴 벅찬 사랑보다는 상실의 아픔과 상처의 치유를 이야기하고, 꾸며진 극적 사건이 아닌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대한민국 역사의 수치라고까지 회자되는 실제 사고를 스토리에 첨가함으로써 덮어두고 싶었던 상처를 꾸역꾸역 들춰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속에서 사건의 재현 시간이 짧고 붕괴 현장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지 않더라도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힘은 매우 크다. 김대승 감독은 1995년 붕괴 직전의 삼풍백화점의 외관은 물론 '삼풍백화점'이라는 이름, 계절과 붕괴 시간까지 정확한 사실을 영화 속에 끌어다 놓는다.

민주(김지수)가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는 장면과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허둥대는 현우(유지태)의 모습을 교차 편집한 장면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민주는 지금 삼풍백화점 안에 있고 이 백화점은 이제 몇 분 뒤 무너져 내릴 것이며, 이것이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실재했던 사고라는 점 때문에, 이 평범한 장면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흐른다.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팽팽했던 긴장감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즉 클라이맥스가 전반부에 터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가을로>의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10년이 지나도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우와 세진(엄지원)은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나고, 그들은 다시 한번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둘은 가장 아픈 기억을 서로에게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아파하며 울지만, 덮어두었던 상처는 그렇게 조금씩 아물게 된다.

현우와 세진, 그 둘을 이끌어 주는 민주, 이들의 여행은 곧 치유의 여행이자 회복의 여행인 것이다. 이야기 전개상 외적으로 눈에 띄는 사건은 없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민주와 현우, 세진의 아픔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감정적인 진폭은 점점 커지고, 결국 영화는 전반부에 버금가는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

한편, <가을로>는 우이도 모래언덕, 울진 불영사와 금강 소나무 숲, 담양소쇄원, 내연산 12 폭포, 월송정 해맞이 공원, 구절리 전나무숲과 오장 폭포, 영월 동강과 서강,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메타콰이어 가로수 길까지 전무후무한 로케이션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크랭크 인에서 크랭크 업까지 영화가 시간과 끊임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상변화라는 변수와 싸워가며 담아낸 눈 내린 소쇄원과 단풍 가득한 숲을 그저 그런 배경으로 지나치기는 힘들 것이다.

어떻게 보면 멜로영화 <가을로>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영화의 스토리는 '여행을 통해 우연하게 만난 사람과 사건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다'는 장르적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곁들여지는 아름다운 경치까지 보는 동안 가슴이 아플지도 모른다는 부작용을 뺀다면 영화 <가을로>는 구경할 것이 많은 영화다.

타이틀은 본편과 부가 영상 각각 별도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데다 <번지 점프를 하다>, <혈의 누> 등을 만든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이름 있는 세 배우의 출연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타이틀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타이틀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일단 2.35:1 애너모픽을 제공하는 영상은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고 샤프니스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고색창연한 풍경과 알록달록한 단풍은 칙칙하고 조악하게 보일 뿐 아니라 민주의 고향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들의 녹음도 생기 없어 보인다. 낮은 해상도와 화면의 잡티 때문에 공들여 로케이션한 풍경들의 아름다움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음질의 경우 DTS를 지원하지만 분리도나 채널 사용은 그다지 우수하지 못하다. 백화점 붕괴 장면에서는 서라운드 스피커의 효용을 보여주는 강한 효과음을 들을 수 있는데, 분리도와 샤프니스가 좋지 않아 사운드는 둔탁한 편이다. 멜로영화의 장르적 특성 상, 백화점과 관련된 장면 외에는 대체로 중간 수준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디스크 2에는 부가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속 여행 코스가 적힌 민주의 다이어리를 연상시키는 메뉴 디자인은 비교적 참신하고 영화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은 변별력이 없고, 정보적인 가치도 없어 별도의 디스크로 구성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다. 몇몇 인터뷰들은 중복되는데다가 세 배우와 감독이 참여한 코멘터리도 유용한 내용들이 없다. 기록적인 사건을 소재한 영화인만큼 관련 자료나 다큐멘터리를 수록했더라면 좀 더 알찬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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