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 드디어 출시된 걸작

영화 팬들의 오랜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해설집과 함께 본편 외에 풍성한 콘텐츠를 담은 부가영상과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환상적인 스코어가 수록된 OST, 이렇게 총 3장으로 구성된 타이틀은 오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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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ì¥ì‹œí† í”„ 키에슬로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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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ë ŒëŠ 야콥, 필립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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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이용가

 ëŸ¬ë‹ 타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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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Œí† DVD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66:1

 ì˜¤ë””오 타입

 ëŒë¹„ 디지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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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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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다만, 해외에서 출시된 크라이테리언 판에는 이렌느 야콥이 서문을 쓰기도 한 키에슬로프키의 연구서 『두 가지 삶, 두 가지 기회 Double Lives, Second Chances』(1999)의 저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이기도 한 아네트 인스도르프(Anntte Insdorf)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는 데 반해 이번 국내 출시 타이틀에는 아쉽게도 누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년 전 영화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만큼 우수한 화질과 부덴마이어의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인 교향곡을 충실하게 재현한 음질의 수준 높은 퀄리티, 여기에 무삭제 출시라는 점만으로도 위로가 되기에 충분하다.

키에슬로프스키는 1988년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폴란드에서 20년 넘게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온 사회파 감독으로 공산 국가였던 폴란드에서 정부의 검열과 압제에 저항하며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검열의 가위질을 피하기 위해 키에슬로프스키는 다양하고 모호한 상징과 영화적 장치를 사용했고, 이것은 그의 영화 스타일의 한 특징이 되었다.

1980년대가 되면서 유럽의 구질서가 붕괴하고, 유럽 사회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조국 폴란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는 자신의 영화적 원천이었던 폴란드 사회의 변화에 따라야만 했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는 이러한 변화와 내적 혼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또한 이 영화는 현실의 표피가 아닌 개인의 내부, 그리고 개인간의 정신적 소통,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과 같은 초현실적인 차원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해, 같은 날, 같은 시간, 각각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태어난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는 어렴풋이 어떤 존재를 느끼며 살아간다.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슬픔 혹은 기쁨을 느끼고, 같은 습관과 유사한 사건들을 겪으며 살아가던 중,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던 베로니카가 죽자 베로니끄는 왠지 모를 슬픔을 느낀다. 이후 자신이 일하는 학교에 인형극을 하러 온 남자를 사랑하게 된 베로니끄는 발신인 불명으로 신발끈, 녹음테이프를 받게 되고, 영화는 그런 베로니끄를 통해 자아찾기의 여정과 끊임없이 교차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철학적으로 풀어나간다.

영화의 복잡한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인형극 장면과 베로니끄를 모델로 만든 두 인형이다. 인간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줄 달린 인형은 운명적으로 엮여 있는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를 상징하고 있으며, 망가질 것 같아서 똑같은 인형을 두 개 만들었다는 인형사의 대사는 베로니카가 급사한 뒤에도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베로니끄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의미한다.

이렇듯 난해한 주제와 화면 곳곳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 모호한 설정 때문에 영화를 한 번 보고 이해하기란 그다지 쉽지는 않지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수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특히 이렌느 야콥은 앤디 맥도웰과 쥴리엣 비노쉬가 고사한 베로니카/베로니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그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66:1 화면비를 제공하는 영상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특히나 영화의 제작연도가 1991년도라는 점과 유럽의 예술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질의 퀄리티는 놀라울 따름이다. 삼색 시리즈를 예고하듯 키에슬로프스키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을 선사하는데, DVD 타이틀 역시 그린과 레드, 옐로 계열의 원색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미장센을 전혀 해치지 않고 우수한 색재현력을 보여준다. 깔끔한 윤곽선과 섬세한 디테일, 노이즈와 번짐 없는 깨끗한 영상은 감상의 즐거움을 한 차원 높여준다.

돌비 디지털 2.0을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상당히 깔끔하고 명료하다. 질릴 만큼 빈번하게 흘러나오는 부덴마이어의 콘체르토와 프라이즈너의 스코어링은 각기 다른 장소, 예를 들어 연습실, 교실, 공연장 등에 따라 적당한 울림과 다른 파장을 선사하는데, 사운드 역시 그러한 다른 느낌을 섬세하게 전달해준다. 그 외에 또렷하게 전달되는 대사와 충실하게 재현되는 앰비어스 사운드 역시 음질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총 160여분에 달하는 스페셜 피처에는 감독의 인터뷰를 담은 ‘Kieslowski Dialosue’, 폴란드의 영화 산업과 감독의 영화 세계를 조망하는 ‘1966-1988 Kieslowski Polish Filmmaker’, 이제는 40대가 된 이렌느 야콥의 인터뷰, 키에슬로프스키의 스승인 카짐미에르 카라바즈 감독의 단편 <음악가들>과 키에슬로프스키의 단편 세 작품 <공장>, <병원>, <기차>까지 풍성한 메뉴들이 담겨 있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작품 세계와 연출 스타일, 개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보뿐 아니라 폴란드와 유럽의 정치, 사회적 변화, 폴란드 영화 산업 및 당시 영화 제작의 분위기 등 정보 이상의 가치를 넘어 영화적 지식에 준하는 상당한 내용이 부가영상에 수록돼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작품인데다 개인적인 영화 선호도가 맞물려 주관적으로 판단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예술영화 계열의 DVD 중 보기 드물게 작품성과 소장가치, 타이틀 구성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우수 타이틀임에는 틀림없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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