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스페인은 판타지와 냉혹한 역사의 상처가 함께 살아 숨쉬는 나라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스페인을 배경으로 만든 판타지 <판의 미로>는 이 같은 스페인의 양면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스페인의 판타지는 그들이 낳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르셀로나. 이곳에는 위대한 천재 안토니오 가우디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구엘 공원, 까사미라 등 환상적인 그의 건축물이 현대 건물들과 섞여 함께 호흡하고 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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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이용가

 ëŸ¬ë‹ 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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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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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S, 돌비 디지털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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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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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1877년 초석을 놓기 시작해 100년이 넘도록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직접 들어가 보면 웅장한 구조와 더불어 판타지의 세계에서나 볼 것 같은 기기묘묘한 기둥과 천장 구조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구엘 공원도 마찬가지. 파도치는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회랑과 나무가 그대로 뿌리를 내린 듯한 기둥, 둥글면서도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간 건축물 등 모든 게 꿈속의 나라 같다. 가우디뿐만 아니라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 스페인이 자랑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힘든 환상 같은 초현실주의를 이야기한다.

반면 그들의 삶이 비단 꿈 같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은 우리처럼 이념 때문에 좌우로 갈려 치열한 내전을 치른 나라다. 1934년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시작된 갈등은 파시스트인 팔랑헤당과 공화당 사이의 내전으로 치달았다. 군부, 천주교, 자본가 세력이 주축이 된 국가주의자인 팔랑헤당은 급기야 노동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세력인 공화당파를 누르고 1936년 프랑코가 국가 수반이 되면서 권력을 잡는다. 그러나 내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인 1945년까지 이어지며 수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2차 세계대전에 가려져 제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페인 내전은 그만큼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판의 미로>는 역사의 아픔을 토대로 삼아 환상을 이야기하는 우울한 판타지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 막바지인 1944년.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는 만삭인 엄마와 함께 프랑코 정부군 장교인 새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모녀에게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혈통을 잇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찬밥신세나 다름없는 오필리아는 어느 날 우연히 숲에서 지하세계 출신인 판을 만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을 겪는다. 이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현실과 꿈 같은 환상이 교차하면서 기괴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상상력의 소산인 일반 판타지물과는 다르다. 역사 속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화해와 용서를 판타지적인 요소를 빌려 시도하고 있다. 델 토로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을 통해 “마법과 현실세계를 섞어놓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의 판타지 요소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더불어 기괴한 영상에 있다. <블레이드 2>, <헬보이> 등 기존 작품에서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선보였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판, 창백한 괴물 등 특이한 캐릭터를 기이한 영상으로 선보였다. 특히 이 작품의 영상은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이 많아 공포물에 가깝다. 그만큼 잔혹한 현실과 도피처 같은 판타지의 세계를 대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공포물을 좋아하는 델 토로 감독의 감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델 토로 감독의 감각을 뒷받침한 것은 길예르모 나바로의 돋보이는 촬영 솜씨다. 그는 이 작품으로 얼마 전 열린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그가 촬영한 영상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회전 쇼트가 일품이다. 오필리아의 새아버지인 군 장교가 면도를 하고 군화를 닦으며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회전 쇼트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화질이다. 윤곽선이 부드럽고 입자감이 도드라져 필름의 느낌을 강조했다. 물로 씻어낸 듯 맑고 투명한 영상은 아니지만 이중윤곽선이나 잡티, 스크래치 등 눈에 거슬리는 요소는 전혀 없다. 색감은 중성적이다. 채도를 높여 원색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아 그만큼 자연색에 가깝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어두운 부분의 사물 표현이 약간 떨어지는 편.

DTS와 돌비 디지털 5.1을 지원하는 음향은 총소리 하나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음향 효과가 뛰어나다. 총기마다 다양한 소리를 제대로 살렸으며 보병들이 사용하는 소총의 경우 묵직하고 박력 있는 총소리의 잔향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아울러 리어 스피커의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난다. 전후방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 등은 마치 숲 한 복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캐릭터 설명, 특수효과와 시각효과, 의상 디자인, 세트 디자인, 제작 동기 등 약 44분 분량의 6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부록들은 메뉴별로 나눠서 볼 수도 있고 전체를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어서 감상할 수도 있다. 특수효과와 세트 디자인 이야기를 보면 세트 디자인의 열혈 팬인 델 토로 감독이 대부분의 세트를 직접 제작해 촬영한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부록 영상을 통해 길예르모 나바로 촬영 감독의 촬영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 그는 크레인과 스테디캠을 곳곳에 설치해 카메라가 마치 사람의 눈처럼 곳곳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탐색하는 듯한 영상을 재현했다.

다만 첫 번째 디스크에 델 토로 감독의 음성해설이 빠진 점이 아쉽다. 부록을 통해서도 순수와 현실의 대척점을 묘사하려했던 델 토로 감독의 작품관을 엿볼 수 있지만 음성해설이 곁들여졌더라면 작품의 대한 이해가 좀 더 풍부해졌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글 / 최연진(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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