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거리 극장 - 데블 돌에 대한 오마주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르적 특징이 버무려진 영화다. 일단 뮤지컬 영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들은, 이를 테면 멋진 코러스와 무용,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아름다운 무용수 혹은 배우,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익숙한 음조의 넘버들, 그리고 호화찬란한 세트 등등일 것이다. 그러나 <삼거리 극장>은 할리우드가 다져놓은 뮤지컬 장르의 전통을 보란 듯이 뒤집고, 일부러 잡다하고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취향들을 버무려놓은 발칙한 영화다. 어울리든지 말든지, 이해가 되든지 말든지. B급 영화의 컬트적이고 키치한 취향과 뮤지컬 장르 간의 혼성배합은 소머리와 인간의 몸을 조합한 미노수처럼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 <삼거리 극장>은 사실 상당히 재미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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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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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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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전계수 감독은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데블 돌(Devil Doll)의 음악에서 <삼거리 극장>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헤비메탈에서 그레고리안 성가까지 온갖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는 이들의 음반은 그야말로 영화 <삼거리 극장>이 담고 있는 잡탕적 취향과 딱 맞다. 데블 돌이란 이름은 사실 공포영화의 대가 토드 브라우닝이 만든 1936년 작 <악마의 인형(Devil Doll)>에서 가져왔다. 그들이 1990년에 발표한 앨범 ‘Eliogabalus’를 보면 괴기스러운 인형들이 앨범 재킷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 또한 브라우닝의 <프릭스(Freaks)>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총 2곡이 수록된 이 앨범의 음악은 꿈을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특수효과를 이용한 몽환적인 느낌은 <삼거리 극장>의 오리지널 스코어, 영화의 괴기스럽고 판타스틱한 분위기와 흡사하다. 소녀 소단이 겪는 사건들 역시 결말이 되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모호해지며, 이 역시 데블 돌의 음악이 주는 감흥과 다르지 않다. 또한 24분짜리의 두 번째 수록곡 ‘Eliogabalus’는 고대 로마 황제의 이름으로, 영화 속 우기남 사장처럼 자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 인물이다. 이처럼 감독은 영화 전체에서 데블 돌의 영향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데블 돌이 아니었다면 <삼거리 극장>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삼거리 극장>이 경배를 바치는 건 비단 데블 돌만은 아니다. 유명한 컬트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와도 비교가 되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B급 영화의 독특한 취향을 담는 것 또한 서슴지 않는다. 이미 록 밴드 데블 돌이 흡수한 토드 브라우닝의 흔적은 이 영화 속에서도 또 다른 방식으로 발산되고 있으며, 소머리 인간 미노수의 캐릭터는 일본의 컬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극도공포대극장 우두>에서 가져온 것이다. 삼거리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는 영화 중 하나였던 <저주받은 난파선>의 포스터 역시 알빈 라코프 감독의 <유령선>의 것을 변형해서 만드는 등 이 영화는 비단 호러영화뿐 아니라 영화 자체에 대한 다양한 차용과 변형을 가득 담아냈다.

사라져 가는 지방 단관 극장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은 <삼거리 극장>이 유독 한 장르로부터만 영향 받지 않았음을 방증해준다. <삼거리 극장>이 촬영된 곳은 부산에 있는 삼일극장으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한데, 이제 무너져야 하는 삼거리 극장과 영화 촬영 후 철거된 삼일극장, 두 극장의 공통 운명이 지닌 쓸쓸함은 영화가 자아내는 또 다른 정서다. 무성영화, 변사, 동시 상영, 영화 연보를 줄줄 읊어대는 영화 마니아, 그리고 멀티플렉스가 쓸어버린 단관 극장에 대한 아련한 향수 또한 <삼거리 극장>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뮤지컬은 다른 어떤 영화 장르보다 음악, 무용, 무대 미술과 같은 여타 예술 분야의 특수성이 두드러지는 장르기도 하지만, <삼거리 극장>은 그보다는 영화 자체에 대한 마니아적 취향과 애정을 듬뿍 담은, 모든 영화에 대한 오마주같은 영화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준수하다. 9억 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제작비로 완성된 영화의 비주얼은 놀랍다. HD로 촬영한 이미지는 몽환적이고, 이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애당초 강한 콘트라스트와 높은 채도를 의도한 결과인데, 타이틀은 이러한 영상을 무리 없이 재현해낸다. 실내 장면과 밤 장면이 많은 탓에 전체적으로 영상이 어두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타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암부 디테일이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경미한 노이즈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사운드의 경우 대사와 음향 효과, 스코어 간의 균형이 고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뮤지컬이면서 괴기스러운 효과들이 많이 있어 전체적으로 대사 외에도 끊임없이 사운드가 흘러나오는데, 대사 출력이 너무 낮아 어느 한쪽에 볼륨을 맞춰 놓기가 힘들 정도다. 앰비언스 사운드의 경우 그다지 세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군데군데 사운드가 둔탁해지기도 하지만, 시원시원한 스코어와 갑작스러운 음향 효과는 감상의 재미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부가영상으로는 제작 과정, 뮤지컬 드라마, 삭제 신, 뮤지컬 시퀀스, 뮤직비디오,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감독, PD,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도 포함되어 있다. 양적으로 풍부하지는 않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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