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팝은 비틀즈보다 크다

<아프리카에서 온 암소 9마리>라는 책에서 보면,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아들인 쿠타사가 은타비쌩이라는 부족 처녀에게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가만히 듣던 은타비쌩은 탈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주술사 어른이 그러는데, 거기엔 줄루족의 시조 ‘샤카왕’의 권위와 영혼이 들어있대. 그리고 그 탈을 용기와 함께 하는 자가 쓰면 전설이 바뀌게 된대.” 비록 은타비쌩이 지어낸 것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쿠타사는 그 탈을 쓴 뒤 사냥축제에서 가장 큰 사자를 잡는 용맹함을 보이게 된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도 이러한 인간관계의 작용을 보여주는 영화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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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ˆí¬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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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 그랜트, 드류 베리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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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이용가

 ëŸ¬ë‹ 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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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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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Œë¹„ 디지털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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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영화는 촌스러움이 가득한 <Pop, Goes My Heart>의 뮤직비디오로 시작해서 역시 같은 뮤직비디오로 끝난다.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듯이 뮤직비디오의 엔딩은 레코드판과 오버랩되면서 끝나는데 마치 이제는 일부 마니아들의 소장품 정도로 취급받는 레코드판처럼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지금은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왕년의 팝 스타 알렉스(휴 그랜트)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80년대 스타들이 권투를 통해 최종 승자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를 받고, 놀이공원에서 공연하는 등의 생활을 하던 중 다시 없는 재기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브리트니 스피어스보다 더 인기가 있는 가수 코라 콜만(해일리 배넷)으로부터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잊게 만들어 줄 곡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은 게 작곡한지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작사에 영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구세주가 있으니 그건 바로 임시로 자신의 화초를 돌보러 온 소피(드류 베리모어)였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흥얼거리는 그녀의 말소리마다 곡에 딱 어울리는 가사였던 것이다. 절박한 알렉스의 간청으로 소피는 작사를 해주기로 하고 공동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후는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인 공식처럼 서로 밀고 당기는 실랑이 속에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되고 마술과 같이 상대방을 치유하고 잠재된 재능을 이끌어 내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할 때의 첫 번째 기준은 아마도 어떤 배우가 나왔는지 일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감독이 누구인지에 따라 영화의 색깔을 예상하듯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에는 등장 배우에 따라 기대되는 영화의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드류 베리모어와 휴 그랜트가 만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의 이미지와 기대치가 만들어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 두 사람이 이제야 만났나 싶을 정도로 둘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두 배우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드류 베리모어는 평범하고 소탈한 사랑스러운 여자이며, 무엇보다 그녀의 강점은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주체적인 캐릭터라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는 <에버 에프터>에서 두드러졌다. 왕자가 구해주기 전에 먼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행복으로 이끄는 신데렐라의 캐릭터는 그녀의 다른 영화들에도 적용된다. 휴 그랜트의 경우에는 영화들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배우 본인의 개성이 있다. 그래서 돈이 많거나 적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평범하거나에 상관없이 그 인물들은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소한 일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며, 주인공일지라고 극중에서 혼자 튀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 들어있다.

로맨틱 코미디가 관객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서로 엮이는 과정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어야 한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설득력 있지만 소피가 알렉스의 곡에 작사를 하게 되는 과정은 단조롭고 혹은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은 바로 두 배우가 기존에 쌓아왔던 캐릭터에 있다. 내러티브의 빈 공간을 채우는 캐릭터의 힘은 영화 도입부의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빠지게 하고, 두 주인공이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일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모습에 미소짓게 한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DVD는 디스크 한 장으로 구성됐으며,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올해 개봉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다. 복잡하게 구성된 화면이나 어두운 장면에서는 노이즈가 두드러지고, 색상 표현력도 뚜렷하지 못하다. 돌비 디지털 5.1채널의 오디오 역시 그저 무난한 수준이다.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가 부른 메인 테마곡 ‘Way Back Into Love’나 해일리 배넷이 부른 ‘Buddha's Delight’, 중독성 있는 오프닝 및 엔딩곡인 ‘Pop, Goes My Heart’를 듣는 동안 귀가 즐겁기는 하지만 좀 더 해상도 높은 사운드가 아쉽다.

스페셜 피처는 NG 장면들을 재미있게 연결한 ‘Gag Reel’, 메이킹 필름을 담은 ‘Note for Note’, 삭제 장면, 듀란 듀란이나 왬을 연상케 하는(특히 알렉스는 듀란 듀란의 릭 로즈를 연상시키는) ‘Pop, Goes My Heart’ 뮤직비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삭제 장면에는 호텔 직원과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한두 개 정도는 영화에 삽입되었다면 재미있었을 장면도 있다. 특히 프랭크 시나트라 관련 신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알렉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오토바이 춤의 탄생 과정이나 두 배우들이 실제로 노래 부르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Pop, Goes My Heart’ 뮤직비디오는 기분이 울적한 날에 들으면 좋을 듯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록이다.

글 / 윤대봉(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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