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년여우 여우비 - 재료를 살리지 못한 요리

여전히 코믹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일본 작품이 독점하다시피한 상황이지만 <원더풀 데이즈>, <오세암>, <마리 이야기>, <아치와 씨팍> 등 극장에는 꾸준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렉산더 전기 극장판>의 피터 정, 1986년 <트랜스포머 더 무비>를 연출한 넬슨 신 감독 등 해외파 감독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이전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올라간 듯 여겨진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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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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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엔터테인먼트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2.35:1

 ì˜¤ë””오 타입

 DTS, 돌비 디지털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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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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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특히 제26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가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룸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성강 감독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작품 세계를 담고 있는 <마리 이야기>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스튜디오 지브리와도 겨룰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그런 이성강 감독이 <마리 이야기> 이후 5년 만에 공개하는 작품 <천년여우 여우비>는 그 어느 때보다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한국 설화를 통해 전해지는 전설의 동물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하였고, 또 구릉영혼, 정체불명의 그림자 형사,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영혼의 호수(카나바) 등 여러 가지 환상적인 캐릭터와 장치들을 통해 작품의 환상성을 높였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 시나리오의 부실함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가 흐트러져 이야기가 본격화되는 장면이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 지난 후부터 시작되며, 극 중 여우비를 속여 영혼을 빼앗으려 하는 그림자 탐정의 등장 시간은 고작 10여분 남짓인 점도 아쉽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여우비와 함께 살지만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또한 ‘왕따’들이 모인 학교에 잠입해 들어갔다 친해진 친구 황금이가 개그랍시고 보여주는 ‘스핑크스 댄스’는 웃기기는커녕 썰렁하기 이를 데 없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몇 차례 반복해 보여주기까지 한다. 구미호를 잡으려는 도사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결국 여우비가 인간들 틈에서 쫓기고 실수로 인간의 영혼을 훔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후반부에 집중돼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전반부와의 개연성을 잃어버리는 통에 한 마디로 ‘정신없는’ 진행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지나치게 설명이 부족한 감독의 불친절함이랄까.

시나리오에 대한 단점 외에도 <천년여우 여우비>는 곧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과 비교된다. 아쉽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좀 더 좁히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이 <천년여우 여우비>를 감상하는 도중 오버랩되곤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전반에 녹아 있는 샤머니즘, 토테미즘이 구미호 전설로 표현된 듯하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의 움직임 역시 미야자키 감독의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그림자 백작을 쫓아가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은 아니지만) <고양이의 보은>의 바론 백작을 찾아가는 과정과 닮았으며 카나바를 지키는 기이한 토끼들이 변신한 모습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녀의 방에 있던 돌머리 삼총사를 닮았다. 문을 열고 닫으며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장면 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여우비가 마법으로 둔갑시킨 버스는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보는 듯하다. 물론 이처럼 느낀 것은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고 감상하는 이에 따라 <천년여우 여우비>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를 안겨주는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불만으로는 성우의 기용을 들 수 있다. 전문 성우가 아닌 일반 연기자를 기용한 더빙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마리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천년여우 여우비> 또한 공형진, 손예진, 류덕환 등의 배우를 성우로 기용했다. 아마도 손예진이라는 유명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인 듯한데 불행하게도 10대 여우비 캐릭터와 손예진과의 일치감은 매우 낮은 편으로 집중되지 않는다. 전문 성우를 기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챕터 6에서 여우비의 어머니로 변신한 여우비와 강선생이 상담하는 장면에서 강선생의 턱수염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옥의 티와 몇몇 장면에서 포커싱이 흐려지는 등의 단점도 눈에 띈다.

몇 가지 단점을 먼저 얘기한 것은 <천년여우 여우비>가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수준 높은 작화와 2D, 3D의 혼용을 통한 입체감은 높게 평가할 만하며 속도감 넘치는 영상 편집 덕택에 지금껏 느껴보기 힘든 영상을 접하게 됐다. 비단 영상뿐 아니라 구미호 전설과 외계인을 한 작품에 버무린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 만약 80여분이 아닌 120분 수준의 장편으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짜임새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시네마스코프의 와이드 영상을 애너모픽으로 수록한 DVD의 화질은 파스텔 풍의 작화지만 채도 높은 영상을 보여준다. 윤곽선이 날카롭진 않지만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묘사력이 인상적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면이 많지만 특히 챕터 8의 그림자 탐정을 쫓아가는 장면은 압권. 간혹 노이즈가 눈에 띄지만 준수한 수준이다.

DTS와 돌비 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도 밀도감이나 분리도 모두 만족스럽다. 저음의 양감이 조금 아쉽지만 리어 스피커를 통해 재일동포 양방언이 담당한 BGM이 흘러나오는 등 5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챕터 3 외계인 요요들이 우주선을 수리하고 지구를 떠나려고 시도하는 장면과 챕터 11, 그림자 탐정이 황금이의 영혼을 집어 삼키며 변신하는 장면의 스케일감 있는 사운드도 좋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1디스크 에디션과 2디스크 에디션 두 가지 형태로 발매되었다. 2디스크 에디션은 디스크 1에 본편과 감독, 프로듀서, 성우, 아트디렉터, 3D 슈퍼바이저, 작화팀장, 합성팀장 등이 출연한 오디오 코멘터리를, 디스크 2에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이성강 감독과 이혜원 프로듀서의 대담, 비하인드 더 신, 더빙 스케치, 삭제 장면, 갤러리, 예고편, 뮤직비디오, 제작발표회, 시사회 등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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