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년학 -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영화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100편의 작품을 감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100번째 작품이 갖는 의미는 크다. 그래서 임 감독이 100번째 작품으로 <서편제>의 후속작을 고른 이유 또한 이해가 간다. 1993년 개봉한 <서편제>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100만 관객을 기록하며 선전을 한 작품이다. 그만큼 <서편제>에 대한 임 감독의 애착이 크기에 100번째 작품으로 <천년학>을 고른 것으로 짐작된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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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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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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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엔터테인먼트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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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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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임 감독은 올해 나이 71세인 노장이다. 좌익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한국전쟁이 끝난 뒤 집을 나와 비참한 생활을 했던 그는 우연이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아 소품, 조명 등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했다. 25세 때인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인생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1981년 <만다라>, 1986년 <길소뜸>이 베를린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으며 86년 제작한 <씨받이>로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장군의 아들>로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92번째 작품인 <서편제>로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는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면서 다듬어진 영상의 깊이와 여유로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자기실현에 대한 집착을 잘 담아내기로 유명하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 한국 영화계의 자랑으로 꼽을 만한 감독이다. <천년학>은 소설가 이청준의 <남도사람> 연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첫 번째인 <서편제>와 <소리의 빛>은 영화 <서편제>로 합쳐졌고 세 번째 작품인 <선학동 나그네>가 이번에 <천년학>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됐다. 당시 <서편제>의 후속작을 바로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막판 학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특수효과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훗날을 기약하며 미뤄두었다는 후문이다.

이 작품은 우리 소리에 대한 이 작가와 임 감독의 집착이 묻어나는 영화다.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네 전통인 소리는 어찌 보면 두 노장의 모습과도 닮았다. 그렇기에 두 노장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서편제> 이후 맹인이 된 누이를 찾는 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누이를 큰 소리꾼으로 키워보려던 아버지의 욕심과 달리 누이는 결국 소리를 찾는 이 없어 변방으로 떠도는 신세가 된다. 어렵게 누이를 찾아 북 장단을 맞춰보는 동생은 누이의 소리 속에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천년학을 본다.

영화는 소리의 깊이만큼이나 그윽하고 넉넉한 영상을 보여준다. 임 감독의 여유 있는 연출과 정성일 촬영감독이 잡은 카메라는 유구한 우리 산천의 부드러운 곡선과 휘돌아치는 물굽이를 배경으로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을 뽑아냈다. 그러나 장면 전환이 빠른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면 유장한 영상의 깊이를 지긋이 참고 견디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팝과 가요에 젖어서 판소리를 끝까지 듣기 힘든 이치와 비슷하다. 결국 판소리의 진양조 같은 노장의 숨결은 흥행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영화의 흥행 실패 탓인지 DVD도 단출하게 출시됐다.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 초반 화면은 미세하게 떨리며 영상이 전체적으로 맑지 않다. 오래전 영화를 보는 것처럼 뿌옇고 이중윤곽선과 잡티가 보인다. 영상이 탁하다보니 색감 또한 떨어진다. 오정혜, 조재현 등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 흔히 계조라는 부르는 자연스런 색조 변화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또 선학동 풍경 등 일부 장면에서는 지글거리는 등 디지털 노이즈가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부족한 영상이다. 여기에 한글 자막 오자까지 있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미비하다. 빗소리 등 일부 장면에서만 간간히 후방 스피커가 작동을 할 뿐이다. 액션 영화나 공상 과학물처럼 요란한 영화가 아니다보니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대사 전달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은 문제다.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아서 한글 자막을 켜지 않으면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다. DVD 타이틀 제작을 위한 디지털 인터미디어트(DI) 작업을 하면서 대사를 키우는 등 사운드 보정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DVD 타이틀이 디스크 1장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부록도 소소하다. 우선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라는 의미와 달리 임 감독의 음성해설조차 들어있지 않다. 제작진이나 배우, 영화 평론가 등이 임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해설 등이 곁들였더라면 타이틀의 의미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본다.

부록으로 들어 있는 24분가량의 제작 과정에는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배우 오정혜 등이 인터뷰를 통해 100번째 작품의 연출, 제작, 출연 소감 등을 밝힌다. 특히 이청준 작가를 볼 수 있어 반갑다. 이 작가는 임 감독이 원작을 영화로 만들어줘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소설과 영화가 대결구도를 벌여야 하는 묘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언뜻 비쳤다. 3분가량의 ‘천년학 노장들의 열혈 촬영일기’는 폭포수 앞 촬영 장면 등 다양한 그림을 뽑아내기 위해 애쓰는 제작진과 임 감독의 연출 모습이 짤막하게 들어 있다. 이밖에 2분가량의 포스터 촬영 현장과 예고편, TV 광고 등이 들어 있다.

글 / 최연진(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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