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 - 진실성의 힘

비단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조차도 학원폭력이 심화되면서 옛날 같은 사제 관계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심지어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조차 간간히 보도되니 새삼스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다민족 다문화가 모이는 미국에서야 오죽할까.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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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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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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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미국은 총기 휴대가 가능하기에 사고가 터져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 사건이나 얼마 전 자행되었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같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다. 2~3년마다 한 번씩은 터지는 총기 참사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응책이 구상되진 않았다. 특히 인종차별,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이 심한 지역일수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고 총기를 휴대하는 등 그 위험수위는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문제아들의 갱생이 너무도 어려운 탓에 많은 미국 교사들이 문제아들을 포기하고 ‘되는 아이들’만을 교육시켜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려는 교사는 있게 마련이다.

영화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학생들이 느꼈던 좌절과 수모, 공포 등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으며 자신이 담당한 ‘203’호 클래스 아이들을 훌륭한 학생으로 변모시킨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기록이다. 23살의 나이로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윌슨 고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게 된 에린 그루웰은 상상해왔던 것과 현실이 너무도 다른 데서 실망감과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 학교는 교육 평준화 정책에 의해 하루아침에 명문 고등학교에서 문제 학교로 전락했다. 학생 대부분이 빈민층 아이들로 백인, 라틴계, 중국계, 흑인계 등으로 나뉘어져 매일매일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 결국 에린 그루웰은 아이들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아이들의 처절한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 “갱단에 속해 있는 사람?”, “친구 중에 죽은 사람이 있는 사람?”, “죽은 친구가 다섯 명 이상인 사람?”, “살해 협박을 받고 있거나 당해 본 적 있는 사람?”,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

첫 수업 시간에 그러한 환경을 경험한 그루웰은 열심히 애를 써보지만 부모가 죄수가 되어 눈앞에서 끌려가거나 친구가 총에 맞아 죽는 등의 경험이 전무한 백인 여성을 학생들은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 그루웰은 학교에서조차 포기한 학생들을 올바로 가르치기 위해 ë°©ê³¼ 후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자비로 교재를 구입하고 영화나 전시회 등을 데려가는 한편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하라’며 스스로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간다.  

문제아를 변화시키는 선생을 다룬 논픽션 영화야 <위험한 아이들>, <코치 카터>, <언제나 마음은 태양>, <고독한 스승>, <그리다이언 갱> 등 많고도 많지만 <프리덤 라이터스>는 제목처럼 한 짐 가득 멍에를 지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기 위한 선생의 숭고한 노력과 함께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돌이켜볼 수 있도록 특별한 무언가를 실시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노트를 주고 일기를 쓰도록 한 것. ‘안네의 일기’를 통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고자 마음먹으면 자신이 처한 환경 따위야 별 문제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한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로운 작가(Freedom Writers)가 되어 치열한 삶을 생생하게 기록해나간다.

실제로 아이들이 적은 일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는 203호 교실에서 다른 교사들조차 포기한 아이들이 석탄에서 다이아몬드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여전히 부자 백인들의 차별 가득한 시선을 받는 가난한 학생들이지만 학교 안에서 안식을 찾고 무언가 몰두할 것을 발견해냄으로써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지니게 되었고 그루웰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에 학생들의 모습이 교육청과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일약 유명인이 되기에 이른다. 그루웰 선생이 맡은 반 아이들은 상당수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고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얻은 것이 컸던 만큼의 노력이 필요했고 그러한 노력의 대가는 값비싸게 치러야만 했다. 그루웰 선생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는 남편이 결국에는 이혼을 요구해왔기 때문. 교사로서 신념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던 그루웰에게 ‘신념의 포기’냐 ‘가정의 보존’이냐는 무척 가혹한 문제였을 듯하다. 고심하던 그루웰은 결국 신념을 택하게 되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의 열정에 호응하듯 차츰차츰 변모되어 간다.

극적인 변화의 하이라이트는 유익한 전시회나 공연을 볼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자선파티를 열고 안네 프랑크의 은둔을 돌봐줬던 미프 기스를 초청하는 장면에 있다. 무익하게 다툼을 벌이며 자신만의 작은 전쟁을 치러온 아이들이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하자 이 오스트리아계 네덜란드인 할머니는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학생들이야말로 영웅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다툼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종의 사명처럼 여겼던 아이들이 영웅이라니.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실제 그루웰 선생과 학생들의 사진이 보이는 순간 그 말을 수긍하게 된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면 그 누가 영웅이겠는가.

뻔하디 뻔한 줄거리지만 실화가 전해주는 진실성이야말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최고의 특수효과이지 않을까.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힐러리 스웽크는 교사 그루웰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 애정이 묻어나는 그의 연기가 감동의 깊이를 더하며 신인 연기자들로 구성된 아이들 또한 실제 프리덤 라이터스 멤버들인 양 연기한다. 아이들의 일기를 엮은 책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이를 영화화한 작품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통해 프리덤 라이터스의 정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1.85:1 화면비와 448kbps 돌비 디지털 5.1채널 사운드를 수록한 DVD 퀄리티는 DVD 시장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여주듯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어쩌면 블루레이나 HD DVD로 인해 눈이 높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윤곽선이 흐릿하고 암부 계조가 취약해 감상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어도 감상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5.1채널 서라운드 역시 이따금씩 리어 스피커를 활용하지만 공간감이 확산되고 채널 간 이동음이 강조되는 사운드보다는 프런트, 센터 스피커의 대사 출력과 리어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BGM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조금만 더 명료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페셜 피처는 총 7가지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스페셜 피처는 오디오 코멘터리로, 감독인 리처드 라그레이브니즈와 주연 배우 힐러리 스웽크가 참석했다. 코멘터리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영화 촬영 도중의 에피소드와 실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쓴 학생들의 얘기, 오늘날까지 폭력과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학교의 실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다. 감독은 실제 학창 시절에 이탈리아계와 흑인의 파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살인사건이 두 번 있었음을 털어놓았으며 제작비가 부족해 실제 안네 프랑크의 집, 아우슈비츠, 보스니아 등을 학생들과 방문했던 원작의 사실들을 화면에 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차분한 어조로 코멘터리를 녹음한 힐러리 스웽크의 말을 통해 본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스페셜 피처는 삭제 장면으로, 총 4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돼 있다. 그 중 3개는 극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두 번째 삭제 장면 ‘Another Class Trip’는 교사인 에린 그루웰과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학생들을 포함한 63명이 함께 <쉰들러 리스트>를 감상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은 본편에 포함되지 않은 게 무척 안타깝다. 영화 감상 후 학생들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한 일행은 식당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루웰의 아버지가 <쉰들러 리스트>를 함께 보며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가 싶더니 흑인 아이가 근처에 있어 핸드백을 숨기는 백인 여성과 피자로 통일해 주문할 것을 권유하는 웨이터의 행동을 보고 “애들이 원하는 걸 주문하게 해요. 우린 시간 많으니까”하고 말하는 장면이 통쾌하다. 식사를 하며 <쉰들러 리스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한 기자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인터뷰하는 부분까지 담겨 있으니 본편에 포함되었더라면 아이들의 현장학습에 대한 학교의 반발 등도 한결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세 번째 스페셜 피처인 꿈 만들기에는 영화 속에 사용된 각종 힙합 음악에 대한 설명을 리코딩 아티스트인 커먼과 프로듀서인 윌. 아이. 엠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네 번째 스페셜 피처인 프리덤 라이터스 패밀리는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얘기. 주요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영화에 대한 견해와 실제 그루웰 선생에 대한 찬사, 영화 속에서 아이들의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줄 넘기 게임’,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소감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을 연기한 배우 대부분의 신인 연기자지만 캐릭터와 잘 어울림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스페셜 피처는 극장 예고편이며 여섯 번째 스페셜 피처인 비하인드 더 스토리는 영화 촬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어린 배우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실제 프리덤 라이터스 멤버들과 에린 그루웰은 이후 프리덤 라이터스 재단을 설립해 203호 교육의 성공을 재연하도록 미 전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포토 갤러리를 확인할 수 있다.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국내 개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DVD로 출시됐다.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게다가 DVD의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아 추후 블루레이나 HD DVD라도 우수한 퀄러티로, 좀 더 많이 홍보되며 발매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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