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열세살, 수아 -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죽음과 이별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은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나이다. 여자 아이가 소녀가 되는 시기이며 어린 아이의 단순한 반항기가 아닌 예민한 감수성으로 세상 모든 것에 노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예민한 때이지만 그것은 그 순간을 겪는 본인만의 몫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의 고민에 관심을 두지도 않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직 혼자만이 감내하고 견뎌내야만 하는 시기인 것이다. 김희정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으로 열세 살 여자 아이의 성장기를 선택했다. 감독은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쉽게 잊혀지고 마는 어린 시절의 사춘기를 죽음과 이별이라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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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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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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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엔터테인먼트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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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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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초등학교의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수아(이세영)는 2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영주(추상미)와 둘이 살고 있다. 예민한 나이의 여자 아이에게 현실은 너무나 혹독하다. 어머니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가끔씩 들러 언젠가는, 새아버지가 될지 모르는 아저씨 영표(최명수)는 고물상을 운영하느라 볼 때마다 허름한 차림새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꿈 많은 아이에게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수아는 현실 대신 환상을 선택했다. 죽은 아버지에게 위안을 찾고 가수 윤설영(김윤아)을 만나는 환상으로 세상을 겨우 버티고 있다. 게다가 죽기 전 아버지가 말해준 비밀을 근거로 수아는 가수 윤설영이 친엄마라는 확신을 갖고 살고 있다. 즉, 지금 보이는 저 삶에 찌든 여자는 진짜 엄마가 아니며 아빠는 죽어서도 자신의 옆에 있고 진짜 엄마를 만나기만 하면 바로 자신은 동경하기만 하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수아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난다. 겉도 속도 날라리인 은지(정지안)과 공주 같은 예린(유현지). 은지의 세계로도 예린의 세계로도 갈 수 있을 듯 보였던 수아는 은지의 세계를 스스로 거부하고 예린의 세계로부터는 거부당한다. 집, 엄마, 친구, 스스로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수아는 한없이 고립되어 간다. 이런 수아에게 유일한 희망은 진짜 엄마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수아는 진짜 엄마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

어린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의 고민을 판타지와 함께 다룬 <열세살, 수아>는 호들갑스럽게 판타지를 치장하지도, 어린 아이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는 고민일 뿐이라고 폄하하지도 않는다. 감독의 시선을 대변하는 카메라는 주로 고정되어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다. 수아의 얼굴 정면을 똑바로 응시할 때 외에는 클로즈업의 사용도 자제하고 있다. 감독은 진중한 시선으로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의 절망에 작은 판타지를 선물한다.

이렇게 흔들리지 않던 카메라는 서울로 수아를 찾아간 수아의 엄마가 수아를 끌어안을 때 비로소 감정을 토해낸다. 조용히 세상을 살아내기 바쁘던 두 모녀가 처음으로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의 핸드핼드는 영화를 보는 이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이 장면 외에도 수아가 아빠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는 장면 역시 아름답다. 죽은 수아의 아버지는 수아의 환상에서조차도 단 한 번도 수아와 눈을 마주쳐주지 않는다. 마지막 이별의 장면에서조차 아버지는 묵묵히 그의 갈 길을 가고 수아는 그런 아버지를 조용히 떠나보낸다. 감독은 이 장면을 한 시퀀스안에 몽환적으로 그려내었다. 그리고 수아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장면은 보는 이를 안도하게 하고, 마치 그녀들이 실제 주변에 존재하기라도 하듯 그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게 한다.

젊은 감독들이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칸 레지당스 인 파리’에 선정되어 반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시나리오라는 사실 외에도 영화 <열세살, 수아>는 다양한 화젯거리를 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등장인물이다. 수아 어머니인 영주 역을 맡은 추상미의 탁월한 연기력도 돋보였지만 수아 역을 맡은 이세영이라는 아역 배우의 연기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던 이세영은 <열세살, 수아>에서 더욱 성숙된 내면 연기를 보여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에 자우림의 보컬인 김윤아의 출연은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첫 촬영으로 크리스마스이브의 자우림 콘서트를 촬영했는데 화려한 콘서트 장면과 함께 완성도 높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했다.

등장인물과 함께 인상적인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다. 특히 구도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 주는데, 하나하나 계산된 듯한 등장인물 및 소품의 배치라던가 화면 안에서의 이동, 등장인물의 등장과 퇴장까지 고려한 화면 구성은 상당히 공들여서 촬영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스틸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 더불어 앵글의 구성과 광각을 사용한 촬영, 그리고 여러 이미지 샷 등은 <좋은날>(1999), <언젠가>(2001) 등의 단편을 통해 단련된 김희정 감독의 내공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얼마 전에 개봉한 신작임에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감상하는 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밝은 화면에서도 경미한 링잉 노이즈와 디지털 아티팩트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디오는 돌비 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며 사운드 디자인은 일반적인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배경음악 없이 건조하게 진행되는 편이나, 자우림과 김윤아의 노래, 영화 마지막에 추상미가 부르는 ‘프리지아’ 등에서는 적절한 공간감이 전해진다.

스페셜 피처는 다양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충분히 담고 있다. 스페셜 피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메이킹 필름 ‘수아 이야기’, 감독과의 인터뷰을 담고 있는 ‘나 그리고 수아’, 삭제 장면인 ‘숨겨진 수아’, 그리고 영화 예고편과 영화에 삽입된 자우림의 ‘프리지아’ 뮤직비디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수아 이야기’와 ‘나 그리고 수아’는 영화의 제작 과정 및 감독의 제작 의도를 들을 수 있어 <열세살, 수아>를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려면 꼭 한 번 체크해볼 만하다. 또 김희정 감독과 이세정, 김희정 감독과 송일곤 감독의 진솔한 코멘터리 역시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 / 윤대봉(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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