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모험이자, 불안정한 도전이다. 어찌어찌하여 사랑에 빠졌다손 치더라도 서로를 알아갈수록 미세한 금과 깨진 조각들이 생겨갈 수밖에 없는 애당초 맞지 않은 아귀요, 점수 100점 깔아주고 차감해나가야만 하는 경고성 게임, 즉 0에 도달해가는 마이너스 관계다. 어디서 봉합을 해야 할까? 언제쯤 점수 차감을 멈추어야 할까?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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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ì¤„리 델피, 아담 골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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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이용가

 ëŸ¬ë‹ 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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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미디어

 ë¹„디오 포맷

 ì• ë„ˆëª¨í”½ 와이드스크린 1.85:1

 ì˜¤ë””오 타입

 ëŒë¹„ 디지털 5.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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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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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는 30대 중반 연인의 위기를 담고 있다. 미국 뉴욕 출신인 잭과 프랑스 파리 출신인 마리옹을 내세워 문화적 충돌을 소소하게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라는 것만으로도 화성과 금성의 거리만큼이나 멀기만 할 텐데, 문화적 차이가 많이 나는 미국과 프랑스가 덧붙여졌으니, 이 영화가 파리에 놓인 뉴요커 잭에게 혼란을 안겨줄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포 선셋>과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한번쯤 여행길이나 타지에서 만나게 되면 말을 걸어 보고픈 여자 셀린느로 오래 기억될 줄리 델피가 직접 연출과 각본, 음악, 편집을 담당하는 등 혼자서 다양한 역할을 도맡아 한 이 영화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녀가 직접 각본에도 참여했던 ‘비포’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관계와 설정이 다소 코믹스럽고, 토론이나 논쟁을 하기보다는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해 일종의 스크류볼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인인 매리온과 잭은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듯 보인다. 단지 불만이 있다면 함께 하기보다는 온통 사진을 찍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것. 거기까지 문제가 없을 것 같던 두 사람. 하지만 메리온의 집이 있는 파리에서 여행의 끝을 정리하고, 부모님에게 잠시 맡겨놓은 고양이를 찾아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이틀간 머물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발견되는 그녀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던 모습은 잭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지난 2년간 사귀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메리온의 모습과 그녀의 가족들과 친구들, 심지어 그녀의 옛 남자친구들의 생활태도는 그를 고립시키고, 그녀의 지인들로부터 그를 지쳐가게 만든다. 연인이었던 남녀 사이에 친구로 남는다는 것이 말이 되겠냐고 생각하는 잭에게, 너랑 헤어지게 되면 역시 친구가 되고 싶은 걸이라고 응수하는 메리온의 모습은 정말 내가 이 여자와 관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깊은 생각에 두통을 유발시킨다.

흥미로운 소재와 이어지는 상황들, 각자 제 역할을 해주는 캐릭터들은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고 생각되는 것은 두 국가 간 문화 차이를 겉으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개방적인 생활태도 및 문화, 특히 극단적으로 섹스 이야기에 치중한 점이다. 그 외에도 영화 속 프랑스인들은 타인에게 베풀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시도 때도 없이 작업을 걸어오는 사람들이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심지어는 NGO를 가장한 아동 성폭력범이 포진하고 있는 곳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곳에서 살아왔던 메리온이 신경질적이 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정도니까.

영화는 그 끝에서 너무 쉽게 봉합된다. 갈등은 내내 신나게 나열되었는데, 어떠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본 흔적도 없이 ‘이 남자 때문에 짜증도 많이 나지만 이 남자 없이는 못살 것 같다’는 식의, 매리온의 급작스런 대사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영화를 총괄한 줄리 델피가 그간 귀동냥한 이야기들이나 문득 생각나서 메모지 귀퉁이에 적어두었을 법한 대사나 상황들을 영화 속에 다 집어넣고 풀어놓은 것은 성공했지만, 정리까지는 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방 한 구석 어딘가에 다 쓸어 모아 양탄자로 덮어둔 꼴이 되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흥미로운 점은 매리온의 부모님 역할에 실제 줄리 델피의 부모님들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DVD는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을 제공한다. 화질은 무난한 편이나 입자가 거칠게 느껴진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을 보이는데, 윤곽선이나 암부 디테일 표현 면에서도 그리 후한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반면 돌비 디지털 5.1을 지원하는 오디오는 스코어와 주변 소리 등을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다.

 

1디스크로 출시된 DVD에는 줄리 델피의 인터뷰를 담은 내용과 예고편 3개만이 달랑 들어 있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그녀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인데, 줄리 델피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를 만들게 된 배경과 촬영 당시의 분위기 등에 대해 활달하게 얘기한다. 간만에 보는 이스터 에그는 기대치 못했던 제작사의 배려다.

글 / 전준모(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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