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맷 전쟁 종료, HD DVD 관련 업체들의 행보는?

비교적 깔끔한 승복이었다. 도시바가 19일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HD DVD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차세대 DVD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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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개최된 도시바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역시 침울했다. 도시바의 니시다 아쓰토시 사장은 연설 서두에서 “1991년부터 제휴 관계를 맺어왔으며, 특히 HD DVD 사업에서 탄탄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워너가 지난달 전략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데 대해 무척이나 유감스럽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기술과 비용, 소비자 편의성 면에서 오늘 이 시점에서도 HD DVD에 대한 자신감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시장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신속하게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HD DVD와 함께 해준 고객들, 파트너 기업들에 대한 생각에 고뇌에 고뇌를 거듭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HD DVD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경영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차세대 DVD 시장이나 잠재적인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다. 어차피 우리에겐 경쟁에서 이길 능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단 도시바는 스탠드얼론 타입의 HD DVD 플레이어와 레코더의 생산 및 개발을 즉시 중단한 뒤 3월 말까지 관련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PC용 HD DVD 드라이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양산이 종료된다. 물론 HD DVD 사업이 완전히 정리되더라도 관련 제품 사용자들에 대한 기술 지원 및 애프터서비스는 계속해서 이뤄진다. 한편 도시바는 기존 DVD 플레이어와 레코더의 경우 사업을 계속 진행하지만, 현재로서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레코더를 개발,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 도시바의 1세대 HD DVD 플레이어 HD-XA1. 이 제품이 등장할 때만 해도 HD DVD 진영의 미래가 그토록 ì–´ë‘¡ì§€ë§Œì€ 않았다.

니시다 아쓰토시 사장은 도시바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앞으로 플래시 메모리나 SSD 등의 스토리지 기술, 차세대 CPU, 영상 프로세싱, 와이어리스 기술 등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적합한 분야들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전략을 재구축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시바 측은 2곳의 새로운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 총액이 약 1조7,000억 엔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곳 가운데 1곳은 이미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기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도시바가 HD DVD 사업 포기를 선언한 뒤 관련 업체들도 발 빠르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유니버설의 행보다. 유니버설은 도시바 발표 직후 곧바로 블루레이로의 정책 변경을 공식화했다. 유니버설의 사장 크레이그 콘블로는 “마침내 차세대 플랫폼을 널리 보급할 수 있는 통로가 명확해졌다. 앞으로도 유니버설은 차세대 고화질 미디어의 시장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차세대 DVD 포맷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은 소비자와 관련 업계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유니버설은 이제 도시바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마감하고, 신작 및 카탈로그 타이틀을 블루레이로 출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측은 구체적인 블루레이 사업 계획까지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2월 19일에 발매된 <아메리칸 갱스터> 외에 이렇다 할만한 HD DVD 신작이 없으므로 빠르면 오는 2분기부터 블루레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니버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블루레이로의 정책 변경을 공식화했다.

녹화 및 기록용 HD DVD-R 미디어를 생산하고 있는 미쓰비시는 2월 중순에 출시될 예정이었던 2배속 대응 HD DVD-R의 발매나 향후의 HD DVD 미디어 판매 등에 대해 도시바와 협의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 또 히타치맥셀 역시 HD DVD-R의 생산 및 판매를 당장 중단하지는 않지만, 2월 말 출시 예정인 2배속 대응 HD DVD-R의 시판 여부 등 구체적인 방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계속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콘텐츠 관련 업체들도 각각 입장을 표명했다. 포니캐년은 2~3월에 일정이 잡힌 HD DVD는 예정대로 판매를 진행할 방침. 하지만 4월 이후 새로운 HD DVD 타이틀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 반면 코믹스 웨이브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와 <구름 저편, 약속 장소>를 4월 18일 HD DVD와 블루레이로 동시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코믹스 웨이브 관계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지지층이 두텁고 꾸준히 팔리는 데다 HD DVD 유저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HD DVD 판매 중지는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HD DVD 진영의 또 다른 핵심 세력인 파라마운트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 한편 도시바의 발표에 대해 블루레이 연합의 의장 앤디 파슨스는 “길고 길었던 포맷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데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우리 회원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블루레이 디스크가 현존하는 최고의 고화질 미디어임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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