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듸오 데이즈 감독판 - 코믹이라는 양념이 깃든 앙상블 드라마

 

때는 1930년 경성, 일본이 대한민국을 강점하고 있었던 암울한 시기. 개국 방송을 했지만 별다른 고민과 열정 없이 방송국을 이끌어 가던 PD 로이드 박(류승범)은 재즈 싱어 마리 양(김사랑)의 날방송 리사이틀로 히트를 친 뒤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에 도전한다. 우여곡절 끝에 어설픈 캐스팅으로 첫 방송을 감행하지만 실수는 끊이지 않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한편 독립운동을 하던 K(이종혁)는 대대적 거사를 위해 경성방송에 의음전문가(효과맨)로 취직을 하고 그의 활약으로 방송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드라마의 인기는 일본정부의 간섭, 배우들의 경쟁, 결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방송을 앞 둔 로이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갈림길에 놓인다.

 Quality Check

 Picture ★★★  Sound ★★★☆

Title S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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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ìŠ¹ë²”, 김사랑, 김뢰하, 황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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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 이용가

 ëŸ¬ë‹ 타임

 111분 /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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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ë¹„디오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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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í•œêµ­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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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영화 <라듸오 데이즈>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심각한 정치영화는 아니다. 시절의 우울함이 개입되기는 하나 대체로 코믹한 요소로 이용될 때가 더 많다. 특히 K라는 인물과 그의 일당들이 그러한데, 독립운동가인 그들의 행동은 오합지졸을 모아놓은 듯 어설프다. 수장인 K는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코미디를 자처하고 이종혁은 기존의 이미지를 무색케 하는 몸 개그, 즉 슬랩스틱 코미디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한편으로 코믹 연기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류승범이 비교적 조신한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은 나름 신선하다. 그러나 <라듸오 데이즈>는 한 인물의 원맨쇼에 기대거나 큰 개그를 선사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모든 등장인물의 유기적 관계에 중점을 둔 앙상블 드라마에 더 가깝다. 그리하여 영화는 로이드 박, 노봉알, 명월, 마리 양, 만철, K 등 방송국 안팎의 인물들이 선사하는 균형 잡힌 연기와 작지만 세심한 유머 코드를 여기저기 살짝살짝 뿌려 놓은 뒤 관객들의 날카로운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그 때문에 <라듸오 데이즈>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큰 위기 없이 매우 느슨하게 흘러가는 편이고, 코믹적인 요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포복절도의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조차 절대 절명의 위기로 그려지지도 않고, 사건 역시 매우 싱겁게 해결되어 버린다. 다소 헐겁게 편집된 장면과 장면 사이의 리듬은 어설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모든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는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잔재미들이 가득하다. 특히 통속 드라마의 익숙한 설정들이 하나둘씩 탄생해가는 과정, 예상을 뒤엎는 배우들의 연기, 구성진 재즈로 채워진 OST, 엇박자의 썰렁한 유머, 소박하면서도 충실하게 재현된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의 특징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 한 점에서는 일본의 인기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감독 데뷔작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연속적인 사건을 통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라디오 제작 비화를 통해 미디어 업계에 대한 비판의 잣대를 날카롭게 들이대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한 수 위다. 특히 113분의 러닝타임 동안 인서트 식으로 삽입되는 트럭 운전사 장면을 제외한다면 영화는 녹음이 이뤄지는 스튜디오 한 장소에서 벌어지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의 시작과 끝은 영화의 전체 진행과 맥을 같이 한다. 간결하고 집중도 높은 구성 속에서 인물들의 긴밀한 관계,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사건들은 탄탄하게 그려진다. 비록 작품성이나 재미 면에서 <라듸오 데이즈>는 많은 아쉬움을 주지만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점은 눈여겨 볼만 하며 동일 소재의 서로 다른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화질은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는 색감과 질감을 보여준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눈이 쨍한 화면보다는 약간의 노이즈나 필름 그레인이 살아 있는 화면이 어울리는데, DVD는 이에 걸맞게 적정 수준의 퀄리티를 선사한다. 조금 깐깐하게 따져보면 샤프니스도 떨어지고 몇몇 인물의 피부톤도 다소 칙칙한 것이 사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상 크게 거슬리지 않고 무난하게 넘어갈 만하다.

음질의 경우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 한 덕분일까. 앰비언스 사운드의 표현은 기대 이상이며 채널 분리도 역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서라운드 스피커에 비해 센터 스피커 출력이 너무 낮아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데, 영화 시작 후 40분 정도는 한글 자막을 띄워놓고 봐야할 정도다.

디스크는 총 2장의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 영화와 제작 과정, 배우 인터뷰가, 두 번째 디스크에는 감독판과 함께 포스터 촬영 현장, 제작 발표회,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디스크에는 서로 다른 버전의 음성해설도 한편씩 들어 있는데, 하기호 감독, 류승범, 황보라, 김뢰하, 오정세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첫 번째 디스크에, 하기호 감독 및 프로듀서,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다. 아쉽게도 두 가지 버전의 음성해설은 큰 변별점이 없으며 참가자들이 영화를 보며 잡담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성의 없게 들린다.

다른 부가 영상도 고만고만한 수준의 내용과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본편과 별 차이(편집이 약간 다르며 본편보다 화질이 떨어진다. CG 보정도 덜 된 상태로 수록되었다)가 없는 감독판도 큰 매력이 없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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