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 그 감잡기의 어려움

주짓수 - 그 감잡기의 어려움
작성자 : 감자나무K / 작성시간 : 2019/08/28 19:01:12

 

보통 '운동을한다'  면 대부분 웨이트/헬스를 말하죠.
많은 사람들이 처음 몇달 깨작대다 대부분 관두기가 일쑤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깨작대다 관두기를 몇번, 그러다 오기가 생겨 '니가죽나 내가죽나 해보자' 고 해온지가 벌써 4년이 넘어갑니다.
 
아마, '감'을 잡고 나서부터는 귀차니즘 없이 알아서 한것 같습니다. 
스스로 세팅하고 부족한부분을 볼줄알고 채울줄 알게 되었습니다. 
 
허벅지를 보며 '으음 대퇴사두는 괜찮은데 대퇴이두가 부족해 허벅지가 작아보여' 라며,
대퇴이두를 강화할 방법을 찾고 프로그램을 바꾸고 그러면 성장하고 그 과정이 반복되고 있지요.
 
저같은 경우는 얇은 팔과 빈약한 가슴이 핸디캡입니다. 
이두/삼두는 운동을 해도 커지지를 않고, 자극도 없는거같고, 항상 스트레스였지요.
그러다 지난주에 무심코 여러영상을 본뒤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자세와 프로그램을 바꿨고, 그다음날부터 엄청난 이두/삼두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지요
 
알고나서 유튜브의 영상들을 다시 보고나니 그제서야 그게 뭔지 알겠더군요. 
'너무 당연한것인데 그걸 깨닫는데 3년이 걸렸구나. 역시난 재능이 없군.'
 
그래도 한편으론, 스스로 부족한걸 알고, 보완할줄 알고, 개선할 줄 아는구나.
헬린이는 벗어난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던 예시였습니다.
 
 
주짓수를 합니다. 
 
9개월차인데, 늑골 부상으로 3주, 정강이 피로골절로 3주를 쉬었습니다. 
지금은 복귀했는데, 정강이 피로골절 이후 2달째 스파링은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 하는거 멀뚱멀뚱 보고있는거, 엄청 곤욕입니다. 
 
자존감은 바닥을치고, 남들은 발전하는데 혼자 도태되는것 같고, 
혼자하는 운동이 아니라 이건 당장 상대방과 내가 비교당하니까 
그 무엇보다 자존감 지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한동안 얼굴엔 짜증 가득, 어깨는 축처진 기운없는 모습으로 다녔습니다.
솔직히 운동하러 가는것도 거의 엄청난 스트레스와 곤욕이었고, 
무슨 소가 도살장끌려가는것 마냥
그래도 꾹 참고 빠지지 않고 수업을 다녔습니다.
 
그와중에 승급도 했지요. 부끄럽지만. 
승급한 사진도 표정이 썩어있네요 ㅜㅡ
 
저를 이 구렁텅이에 빠트린 원흉이자, 
4년만에 퍼플벨트를 달고 대회나가서도 우승한적 있고 사범도 하는 
유능한 친구가 보기에 답답했는지 한마디 했습니다. 
'형 그냥 1년만 꾹참고 다녀 그럼 감 잡을거야. 나도 감잡는데 1년이 넘게 걸렸어' 
 
'그래 넌 운동신경도 좋고 원래 잘하니 1년이지, 나같은 놈은 불가능해. 때려치고 말지' 
라고 쏘아붙였더랬습니다. 
 
아직도 스파링하러 상대앞에만 서면 
모든게 하얘지고 머리는 백지가 되고 몸은 마음대로 안움직이죠. 
그래도 주짓수 짬밥을 9개월을 넘게 먹었는데 
고작 몇달 하지 않은, 체구도 작은넘한테 인형놀이 당하듯 당하면, 
짜증과 함께 저새끼를 한대 쳐버리고싶은 화가 밀려오죠. 
(힘은 엄청나게 세니까요 ㅎ) 
 
그러다 지난주 팔운동을 터득하고나서 한가지 깨닫게 됐습니다. 
'내가 웨이트 처음 할때 처럼 아직 주짓수를 감을 못잡아서 그렇구나' 
웨이트는 뭐가 부족한지, 뭘 보완해야될지, 어떻게 해야될지 알고있는데 
주짓수는 전혀 그러지 못하는것이 역시 그 '감'을 아직 못잡아서 그렇구나
라고 말이죠. 결국 친구말이 맞긴 맞았습니다.
 
인정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래, 내가 어느순간 웨이트에 감을 잡은것처럼, 이것도 감을 잡겠지. 
재능은 없으니 남들보다 더 많이 걸릴거야. 그래도 언젠간 감을 잡겠지.
그럼, 그때부턴 내가 웨이트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알고 보완할줄 아는것처럼, 
이것도 그렇게 되겠지' 
 
언제가 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재능이 없으니까요 (ㅎㅎ) 
남들의 두배를 해야 겨우 따라갈, 운동신경없고 재능없는 몸뚱이라. 
그래도, 남자의 자격 마라톤편에서 이경규와 이윤석이 하프코스를5시간 완주한것에, 
비난이 아니라, 박수치고 응원하는 것처럼
나도 Slow n Steady 하게 묵묵히 가면, 완주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완주의 끝엔 '감'잡은 내모습이 있겠죠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그렇게 집착하냐구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보기에 멋진 나를 나 스스로에게 선사해주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넌 내가 생각해도 멋지고 대단한 놈이야 라고 말해주고싶어서
라고요
 
언젠간 그날이 오겠지요.
솔직히, 죽기전에 자신에게 그런말을 할 수 있다면
잘 산 인생 아닐런지